▲KBS <시사기획 쌈> 박진영 기자
권박효원
- 12년형이 '솜방망이'이고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하라는 여론이 높다."1심에서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깎아준 게 가장 문제라고 본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가해자 조아무개씨가 전과 17범이고 범행도 계속 부인하는 등 죄질 나쁜 것을 봐서는 재판부가 국민 법감정을 무시한 게 아닌가. 지금 법 체계에서 (아동성폭력에 대한) 형량이 작지는 않다고 보는데,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나이가 많다거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형을 깎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적이다. 느낌이 어떤가."프로그램 만들면서부터 가장 걱정되는 게 피해자 노출이었다. 모자이크나 음성변조를 서너 번씩 했다. 시청자들이 싫어할 정도의 기계음이 날 때까지 변조했다. 관심이 높아지니까 다시 걱정이 된다. 나영이 말고 프로그램에 등장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이런 끔찍한 성폭력 사건들이 여론의 관심을 끌지만 휘발성이 강하다. "여론의 특징이긴 한데, 나영이 사건 하나에 너무 집중됐다. 사건의 더 큰 확산을 바라진 않고,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아동성폭력범죄 양형기준이나 아동 보호대책이 나와야 한다. 조아무개씨 한 명이 전부가 아니다. 더 비참한 사건이 많았는데, 피해자가 나서주지 않아서 다루지 못했다. 한 사건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 특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도 한마디씩 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말잔치'인데, 우려가 되는 게 이 대통령이 대책을 만들라고 했지만 쉽지가 않다. 여성부·보건복지부·경찰 등 걸쳐있는 부처가 많은데, 유기적인 협조가 안 된다. 통계 하나만 봐도 부처마다 집계된 게 다르다. 본방에 통계를 쓰긴 했는데 의미가 없다. 통합 태스크포스가 없는 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2편에선 좀 그런 문제도 다룰 생각이다."
- 부모들은 관심과 지원에 대해 정중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나영이를 돕는 방법일까?"첫 방송 나가고 아버님께 바로 전화 드렸더니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어제 다시 통화하는데, 다른 방송사에서 전화가 왔다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더라. 그래서 '(계속 언론에 나가는 것을) 말리지 않는데 아이가 노출될 가능성도 있으니 잘 판단하시라'고 말씀드렸다. 나영이 가족을 도와주겠다는 분들은 되게 많다. 저도 마지막 통화에서 '아이가 노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 취재를) 주선하면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아버님을 설득했다. 생각해보겠다고 하시더라."
취재 원본 테이프 꼭꼭 숨긴 까닭- 언제부터 어떻게 이번 기획을 하게 됐나."지난 6월 미국에 탐사보도 연수를 갔다가 방송 프로그램 시연을 보는데 성범죄자 얼굴이 노출되는 거다. 미국 기자에게 '소송에 안 걸리냐'고 했더니 '이길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 우리 현실을 보면서 어떻게 기획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마침 9월이 전자발찌 제도 도입 1년이었다. 두 달 정도 취재하면 재조명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7월 중순 나영이 아버님을 만나고 미국도 열흘 갔다오면서 취재를 했다."
- 기획 중에서 나영이 사건은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처음엔 한 단체의 소개로 (사건에 대한) 정보 없이 아버님을 만났다. 딸이 얼마 전에 나쁜 일을 당했는데 만나주신다고 했다. 보통 기자들 안 만나주지 않나? 2시간 정도 만났는데 차마 자세한 내용을 못 여쭤보겠더라. 두 번째로 집 근처에 찾아갔더니 아버님이 진단서랑 사진을 들고 나와서 놀랐다. 세 번째 만났을 때, 그 말이 잘 안 나왔는데 '혹시 아이를 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해서 인터뷰를 잘 했다."
- 직접 나영이를 만나본 느낌은 어땠나. 지금은 꿋꿋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학교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노출이 안 돼서 학교에서도 잘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사춘기나 결혼할 때가 되면 또 고비가 올 것이다. 그때 다시 잘 챙겨야 할 것이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챙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