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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내 생애 쓸 수 없는 유언이 될 것" 올해로 작가 생활 40년째를 맞이하는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 현대사 3부작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을 시사인북에서 펴냈다. ⓒ 김윤상
"글을 쓴다는 것은 피를 말리고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기만 했다면 40년 동안이나 글을 쓰지 못했겠지요. 고통스럽지만 작품을 탈고하고 나면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충일한 만족감이 있습니다. 감옥은 감옥이되 황홀한 만족감을 주는 감옥이죠."
작가 조정래(66)씨가 단편 <누명>부터 현대사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인생 40년을 담은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시사인북 펴냄)을 펴냈다.
6일 책 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책의 집필 취지와 내용들에 대해서 소개했다.
"자식들에게도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습니다. 제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이 책이 내 유서가 될 수도 있지요. 산문집은 등단 33년 되던 해 <누구나 홀로 선 나무>를 처음으로 냈는데 제 삶 전체를 조망하는 글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제 자식들과 손자들뿐만 아니라 미래의 주역들에게 작은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래의 주역들에게 작은 디딤돌이 됐으면..."
책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씌어졌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 250여명으로부터 '평소 조정래 선생에게 궁금했던 질문' 500여개를 받아 이중 84개를 추려 답했다. 작가는 "그동안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갚고 싶었다"고 했다.
"질문 500개 중에서 원래는 질문 86개를 추렸어요. 그런데 2개는 제가 쓴 중단편과 내 문학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이었는데 답을 적은 것을 아내가 보더니 '너무 자화자찬'이라면서 빼래요. 그래서 질문 84개가 됐지요. 제가 이렇게 내부검열을 철저히 당합니다. 집안에 또 하나의 '중앙정보부'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좌중 웃음)
작가는 84개의 질문을 그의 작품론과 문학론, 인생론으로 분류해 정리했다. 원고지 1478매에 이르는 원고에서 그는 40년 글쓰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문학론과 창작실기론에서부터 왜 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을 직접 손으로 베껴 쓰게 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줄 답변을 내놨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꾸준하게 노력하라'는 말이래요. 아들 내외에게 책을 베껴 쓰게 한 것도 성실한 노력이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루는지 직접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아마 이를 부득부득 갈았겠지요."(좌중 웃음)
검찰의 <태백산맥> 내사에 얽힌 일화도 처음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