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 하다가 박해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 제막식... 이희호씨, 새로 간행된 <옥중서신1, 2> 헌정

등록 2009.10.06 18:20수정 2009.10.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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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제막식에서 유족들과 내빈들이 고인을 향해 묵념을 하고 있다.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제막식에서 유족들과 내빈들이 고인을 향해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이희호씨가 헌화를 하고 있다.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이희호씨가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일 오후 2시에 열린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6일 오후 2시에 열린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김당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마태복음 5장 10~12절)

고(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50일을 맞은 6일 오후 2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부인 이희호씨와 아들 김홍일·김홍업·김홍걸씨 내외 등 유가족과 권노갑·한광옥·김옥두·한화갑·문희상·박광태·박준영·임동원·박지원·이해찬·김성재씨 등 국민의 정부 각료와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그리고 이달곤 행안부장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 김덕룡·맹형규 정무특보 등 현정부 관계자, 최재천 전 의원을 비롯한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진 등 약 300여명과 일반 참배객 500여명이 참석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참배해 눈길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에 부인 이희호씨와 가족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에 부인 이희호씨와 가족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송영길·김진표·유선호·김영진·신낙균 의원 등과 함께 분향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따로 참석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했기 때문인지 이날은 삼우제와는 달리 정양석 대표비서실장과 조해진 대변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일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소선 여사와 이해동 목사 등 재야 인사들도 여럿 참석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는 화환을 보냈다.

국립현충원 관계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비 제막식에는 묘비 및 추모비 건립 경과보고, 제막, 비문 낭독, 추모사 낭독,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유족대표 인사 순으로 진행되었다.

묘비는 가로 148cm×세로 346cm 크기의 충남 보령 웅천의 오석(烏石)으로 제작되었으며 전면에는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의 묘'라고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가 새겨져 있다. 측면에는 주요공적 및 경력, 가족사항이 기록되어 있다. 묘비와 추모비 제작에는 9300만원이 들었으며 서체는 한글로 윤봉길 의사 비문, 독립기념관 유관순 열사비를 쓴 김영기씨가 제자(題字)했다.


추모비는 가로 260cm×세로 180cm로 묘비와 같은 재질이다. 전면에는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시편 23장 6절)라는 성경 구절과 고은 시인의 추모시('당신은 우리입니다')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마지막 일기> 1월 7일자) 등 김 전 대통령의 두 가지 어록이 새겨져 있다.

이희호씨, 새로 간행된 <옥중서신1, 2> 헌정


 6일 오후 2시에 열린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이희호씨가 새로 간행된 <옥중서신 1, 2>를 헌정하고 있다.
6일 오후 2시에 열린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이희호씨가 새로 간행된 <옥중서신 1, 2>를 헌정하고 있다.김당
특히 이날 제막식에서는 이희호씨가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새로 간행된 <옥중서신1, 2>를 헌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매주 월요일마다 빠짐없이 묘소를 찾아왔지만, 이날은 제막식장에 처음 입장할 때부터 제막식이 끝날 때까지 내내 굵은 눈물을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옥중서신>은 김 전 대통령이 수형·망명 중에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으로, 1권은 김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이씨에게 보낸 편지이고, 2권은 이씨가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편집, 출판을 준비하다가 출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날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성경(마태복음 5장) 말씀을 인용해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는 대통령님'이라는 제목의 추모사를 낭독했다.

한 변호사는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셨던 이희호 여사의 평생 헌신에 저희들 모두가 감복하고 있으며, 지극한 슬픔 가운데서도 의연하게 품격을 지켜나가시는 여사님께 모두 존경과 사랑을 보내고 있다"면서 "여사님의 자서전 <동행>의 일본어판이 불원 출판된다는 기쁜 소식도 아울러 알려드린다"고 이승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어 "이제 가슴 아팠던 고별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그 넓은 빈 자리를 다 채우지는 못하더라도, 대통령님께서 평생을 걸고 바라시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세상을 이룩하는 데 저희들의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끝으로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이제 평화스런 하늘나라에서, 생전에 동교동 사저에서 그리 하셨던 것처럼, 아름다운 정원의 화초에 물도 주시고, 날아드는 새들에게 모이도 주시면서 영생복락을 누리시옵소서. 묘비와 거기 새겨진 말씀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고 추도했다.

김홍업 전 의원은 유가족을 대표해 "아버님은 이제 모든 수고에서 해방되어 편히 쉬실 것"이라며 "이곳이 아버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국민들이 추모하는 곳으로 남기를 원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러나 묘비 제막식을 한 그 시각에도 일부 극우보수단체 회원들은 국립현충원 정문 앞에서 '민족반역자 김대중 국장 반대' 시위를 벌였다.

장손녀 지영씨가 낭독한 묘비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후광(後廣) 김대중 선생은 본관이 김해(金海)이시다. 아버지는 김운식공이시고 어머니는 장수금여사이시며 1924년 1월 6일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나시었다. 1952년 정계에 입문하신 후 낙선을 거듭하다 1961년 인제에서 첫 국회의원에 당선되셨으나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정치활동을 금지당하셨다. 이때부터 행동하는 양심의 정치인으로 민주주의, 인권, 평화통일을 위해 매진하셨고 일생 동안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셨다. 6년의 감옥생활과 수십년 동안의 망명, 연금, 감시를 당하는 고난 속에서도 의회주의 원칙에 충실하며 지방자치 실현과 국민통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셨다. 1956년 토머스 모어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으시고 깊은 신앙심으로 평생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시었다. 숱한 박해를 받으면서도 정치보복을 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를 몸소 실천하셨다. 1998년 첫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로 대통령에 취임한 후 경제위기의 국난을 극복하셨고 우리나라를 민주주의와 인권국가, 경제와 사회복지 선진국, 정보화 강국으로 이끄셨으며 자주 외교를 펼쳐 국격(國格)을 높이셨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반세기 동안의 적대감을 녹이고 지속적인 햇볕정책으로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하는 평화의 시대를 여셨다. 같은 해 12월에는 민주화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증진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시었다. 2003년 2월 퇴임하신 후 세계 평화와 민족의 화해를 위해 헌신하시다가 2009년 8월 18일 향년 85세로 서거하셨다. 온 겨레와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 속에 8월 23일 국장의 예로 현충원에 드시어 하느님의 품에 안기셨다."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정,관계인사들이 고은 시인의 추모시 "당신은 우리입니다"를 새겨 넣은 추모비를 살펴보고 있다.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 및 추모비 제막식에서 정,관계인사들이 고은 시인의 추모시 "당신은 우리입니다"를 새겨 넣은 추모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제막식에서 만나 어색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제막식에서 만나 어색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희호씨가 묘비의 천을 떼어 낸 뒤 걸어가고 있다.
이희호씨가 묘비의 천을 떼어 낸 뒤 걸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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