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초로 담근 나박김치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맛이 끝내줘요!

등록 2009.10.12 14:36수정 2009.10.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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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김치국물 ...
빨간 김치국물...정현순

"엄마 물김치 진짜 맛있다. 많이 주세요."


아들이 뒤늦게 먹기 좋게 익은 나박김치 맛을 보더니 많이 달란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집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삶은 고구마, 떡 등을 먹을 때에도 나박김치는 빠지지 않고 언제나 우리와 함깨 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도 남편은 훌훌 김치 국물을 마시고 나서는 "와 시원하고 얼큰하다." 하면서 일어섰다.

그동안 난 나박김치 담그는 것에는 도통 자신이 없었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왠지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다른  때보다 신경을 더 쓰긴 했다.

완전 태양초 ..
완전 태양초..정현순

아들이 맛있다고 해준 나박김치의 비결은 아마도 집에서 말린 완전 태양고추가루의 영향이 가장 큰 듯했다. 이래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태양고추를 만드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9월중순경 얼마 안되는 잘 말려진 고추를 가루로 만들기 위해서 방앗간에 갔다. 방앗간에 고추를 빻으러 온 다른 주부들도 "양은 적지만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먹는 고추네. 이 고추가루는 김장김치 할 때 쓰지 말고 겉절이나 매운탕 같은 거 할 때 조금씩 넣어서 먹어요. 빛깔도 곱고 아주 잘 말렸네" 한다.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고추를 빻아준 방앗간 주인 아주머니도 "진짜 잘 말렸어. 내년에는 더 많이 말려서 가지고 와요" 하는 말도 해주었다. 내가 말린 고추가 그렇게 잘 말렸다는 칭찬에 정말 기분 좋았다. 고추 전문가가 해주는 그 말에  괜스레 어깨가 들썩거려지기도 했고, 콧노래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


얼마 안되는 고추를  말리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장소를 옮겼던 번거로운 수고로움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 말처럼 내년에는 처음부터 밖에서 말려서 많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린 고추를 방앗간에 가지고 가기 위해서 고추를 닦을 때에도 조금 병이 들은 고추도 버리지 못했다. 상처 난 부분은 잘라 버리거나 속을 보고 괜찮으면 모두 빻기도 했다. 내가 직접 고추를 말려 보니 농부들 심정을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농부들이 자신이 수확한 채소들을 자식이라고 표현하는 그 마음을. 그렇게 기분좋게 빻아온 고추가루로 나박김치를 담그는데 어떻게  정성을  안 쏟을 수가 있을까?


재료: 무1개, 배추속5장, 쪽파, 마늘, 생강 천일염, 고추가루

1, 무와 배추를 얇게 나박 나박 썰어서 천일염으로 뿌려준다.
2, 고추가루는 물에 개어놓는다.
3, 마늘, 생강, 쪽파를 다듬어 적당하게 썰어 절여 놓은 나박김치 위에 올려놓는다.
4, 물에 풀어 놓은 고추가루를 채에 걸러 곱게 걸러진 고추가루 물을 나박김치에 붓는다.
5, 3~5시간 후에 간을 완전히 잘 맞춘다.
6, 맛있게 먹는다.

물에 개었던 고춧가루는  버리지 않고 매운탕 양념으로 쓰기도 했다.

나박김치에 적당히 간이 배고, 빛깔도 발그스레 한 것이 맛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빛깔이 입맛을 유혹하는 듯했다. 그동안 담갔던 나박김치는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먹지를 않아서 이리저리 굴리다 결국에는 버리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숟갈의 국물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 김치통을 완전히 비웠다.

이래서 태양초 태양초! 하는 주부들 바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먹을거리보다 화초를 더 좋아했던 나를 변화시켜 준 태양초 만들기. 작은 텃밭에서 수확하는 적은 양의 고추이지만 내년도 태양초만들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태양초로 나박김치뿐 아니라 김장김치도 맛있게 담가봐야겠다.

혹시 이런 내 꿈이 너무 큰 것은 아닐까?
#나박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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