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진함 통합이 최선의 통합모델에라고 주장하다가 하루 아침에 마산, 함안 통합으로 돌변하여 그 배후에 어떤 배경이 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마산, 함안만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통합된 두 지역의 미래가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과연, 마산 + 함안 통합이 이루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까요? 그런데, 여기, 저기 언론 보도를 살펴봐도 마산, 함안 통합이 이루어지면 두 지역이 각각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 알려주는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인구 47만, 면적 747㎢, 재정규모 1조 2천 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마산시민도, 함안군민도, 언론사 기자들도, 심지어 통합 추진위원들도 분명하게 통합 이후의 변화를 자신있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더군요. 제가 만난 기자분들도 매우 조심스럽게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하던데요"하는 정도로밖에 말씀을 못하시더군요.
물론, 저 역시 마산, 함안 통합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저 처럼 행정구역 통합에 관심이 높은 사람도 잘 모르는데, 일반 시민들이야말로 정말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아는 만큼, 제가 예측할 수 있는 만큼 마산 + 함안 통합 이후 상황에 대하여 소개해 보겠습니다.
마창진함 통합과 마산 + 함안 통합의 차이
우선, 마창진함 통합과 마산 + 함안 통합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요? 행안부가 추진 중인 행정구역 통합안에 따르면, 마창진 혹은 마창진함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통합시는 OO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대신, 통합부 아래에 행정시로 마산, 창원, 진해, 함안이 그대로 존재하고 임명직 시장이 있는 구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마창진함이 하나의 부로 합쳐진다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행정단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통합으로 인한 4개 행정구역의 협력 못지 않게 독자적인 발전 구조를 상당 부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주소만 하더라도 'OO부 마산시 양덕2동' 이런 식으로 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함안의 경우는 'OO부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이렇게 표시될 것이고요.
그런데, 마산 + 함안 통합이 이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는 함안군은 완전히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마산시 가야읍', '마산시 칠원면' 이런 식으로 표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함안군이 마산시에 흡수통합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구 100만 규모의 '부'가 아니라 1990년대 이루어진 도농통합과 같은 방식의 통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창진함 통합 => 통합OO부 신설, 함안군 존치, 함안 군수 임명
마산+함안 통합 => 마산흡수 통합, 함안군 소멸, 함안 군수 없음
따라서, 마산 + 함안 통합의 경우에는 가야, 칠원, 칠서 이런 지역이 현재 마산의 진북, 진전, 진동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 뻔합니다. 결론적으로 마산 + 함안 = 마산이 됩니다. 그럼, 그게 뭐가 나쁘냐구요?
함안은 마산에 흡수통합 된다, 마산 + 함안 = 마함(?), 마산 + 함안 = 마산
아주 간단합니다. 마산 + 함안 통합 이전 함안 지역의 독자적인 발전 모델이 사란집니다. 마산 + 함안이 통합하면 시장은 1명만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통합 시장은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함안을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배려하게 될까요? 물론 선거 때는 배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겠지요. 그러나 선거가 끝나도 과연 그럴까요? 이 부분은 함안군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되겠지요.
지금은 함안에 별도의 의회가 구성되어 있어서 함안이라는 독자적 행정단위를 중심으로 한 발전모델을 놓고 고민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산시의회와 통합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함안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대변하여 일하던 함안군수, 함안군의회는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기존 함안 지역에서 선출되는 통합 시의원이 통합시의회에서 과거 함안 지역만을 위하여 고민하고 활동할 수 있을까요? 물론, 없습니다. 그렇게 활동할 경우에 당장 '소지역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테니까요?
함안의 독자적 발전 모델이 사라진다
마산 + 함안은 통합 이전에는 대등한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통합이 이루어지는 순간 모든 헤게모니는 마산으로 넘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시 발전 계획은 기존의 마산 지역과 원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세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산 + 함안 통합시가 창동, 오동동, 합성동, 댓거리, 내서 지역을 포기하고 가야읍, 칠서, 칠원을 발전시킬 계획에 매달릴 수 있을까요? 이것 역시 저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산 행정통합 추진위에서는 마산 + 함안 통합이 이루어지면 공장이 2000여 개로 늘어난다고 홍보합니다. 마산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함안에게도 꼭 유리한 일일까요?
앞으로 함안은 마산 배후 공업지역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혹시, 수정만 STX 조선공장 비슷한 것이 함안 지역에 들어서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함안 군민이 아닌 저는 걱정입니다만 정작 함안 군민들은 걱정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마창진함, 2단계 통합 가능할까?
어제, 함안 삼칠 지역에 계시는 시민 몇 분이 제가 쓴 기사를 보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도대체 마산 + 함안 통합을 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앞서 말씀 드린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저에게 함안군 통합준비위에서는 2단계 통합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떠냐고 물으시더군요.
제 판단으로 마산 + 함안, 창원 + 진해 통합이 각각 이루어지고 나면 2단계 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지금, 4개 시군 통합은 명분이라도 있지만(저는 실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산 + 함안, 창원 + 진해 통합이 이루어진 후 2단계 통합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습니다.
저는 창원 + 진해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만약 창원 + 진해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마산 + 함안 = 통합마산과 창원 + 진해 = 통합창원이 2단계 통합을 이루는 일은 현재의 마창진함 통합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통합마산과 통합창원은 각각 독자적인 발전 모델을 형성하게 되고, 상대방과 통합을 해야 할 만한 이유(용지 확보, 중복투자 방지)도 별로 없어집니다. 통합창원시 혹은 창원 시민으로서는 그 때가 되면 더욱 마산과 통합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마산 + 함안 1단계 통합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2014년 정부가 추진하는 강제 통합으로 어쩔 수 없이 창원이 통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시겠지요.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제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한편, 행정통합에는 많은 비용이 뒤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도 행정통합으로 인한 통합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소표기, 행정업무를 몽땅 고쳐야 할 것이고 하다못해 도로 표지판도 고쳐야 할 것 입니다. 이미 과거 도농통합을 해봤기 때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마산 + 함안 통합 후에 2단계 창원 + 진해와 2014년 강제 통합이 이루어지게 되면 불과 2년 사이에 막대한 통합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마산 + 함안 통합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홍보하면서 마산 + 함안 통합으로 발생하는 통합비용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합리적인 통합 추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통합으로 발생하는 정부지원 인센티브가 막대한 예산인 것처럼 홍보하지만 사실은 통합 비용에 몽땅 소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0.07 12:3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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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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