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배경으로...억새꽃...
이명화
맑은 날 햇살이 퍼지면서 날씨가 따사롭다 못해 뜨겁다. 그러하니 오르막 등산로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걷는다.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아 걸음이 힘들다. 낙동강 하구언과 을숙도, 대저, 김해평야가 등 뒤에 있다. 안부를 지나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목재 계단 길, 가파르게 놓여 있다. 450m에 걸쳐서 높이 이어져 있는 목재 계단은 224개, 돌계단 2개로 되어 있다.
적나라한 햇살을 받으며 오르는 길이라 몸이 버거워한다. 10시 55분, 봉우리에 도착한다. 땀으로 범벅이다. 상쾌한 바람 속에 잠시 앉아 쉰다.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앞 저만치 승학산 정상이 짐작된다. 11시 20분, 승학산 정상(496m)에 도착한다. 그늘 없는 승학산 정상엔 한낮의 햇살이 바늘 끝처럼 따갑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부산의 억새명산인 승학산은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해 있다.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는 승학산은 구덕산과 시약산의 서쪽, 엄광산의 남쪽이다. 승학산 제석골 안부에 억새군락이 펼쳐져 있는데 수만 평에 이르는 부산 제일의 억새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승학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동쪽에는 영도, 가천, 송도 등의 항구와 바다가 펼쳐지며, 서쪽에는 낙동강 하구와 드넓은 김해평야가 펼쳐진다.
▲부산최고의 억새명산...승학산에서...
이명화
▲억새명산...승학산 억새사이로 걷는 사람들...
이명화
남쪽에는 연대봉이 우뚝 솟아 있고 북쪽에는 발아래 펼쳐진 억새밭이 눈길을 사로잡아 산 꾼들을 모은다. 동네 뒷산이라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해 손에 아무것도 든 것 없이 가볍게 오르는 사람들도 보인다. 승학산은 고려 말 무학대사가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산세를 살피던 중, 이곳에 오니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마치 학이 나는 듯 하여 승학산이라 이름을 붙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동아대 하단 캠퍼스 뒤에 있어서 동아대 뒷산이라고도 한다. 영남알프스를 비롯해 억새명산은 대부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이곳 승학산은 동네 뒷산처럼 산보하듯 오를 수 있는 곳인데다가 규모도 꽤 커서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곳을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듯 하다. 은백색 억새물결 출렁이는 억새평원으로 발걸음 옮긴다.
한낮의 가을햇살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기에 오늘 같은 날엔 부담스럽다. 청명한 가을 날씨 좋기도 한데 내리쬐는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고 걸으니 몸이 더욱 지친다. 이른 아침이나 한낮의 강렬한 햇살이 누그러지는 오후에는 이 산에 오르기도 괜찮겠다. 억새꽃은 10월 중순이나 말경이 되면 절정을 이룰 듯 하다. 따가운 햇살 속이어도 계절에 맞춘 억새산행이라 이것도 좋아라. 햇살의 방향에 따라서 억새꽃 표정도 다르다.
▲승학산...억새바다에서...
이명화
해를 뒤로하고 걷는 길에 억새꽃은 보통이지만 억새능선 끝까지 걸었다가 되돌아 나오는 길엔 햇살을 바로 받으며 보는 억새꽃 광활한 능선의 표정은 은백색 바다가 출렁이는 듯 눈이 부신다. 1000미터가 넘는 고원에 위치한 영남알프스의 억새들은 억새의 키가 크지 않은 반면 낮은 승학산 억새는 키가 어찌나 큰지 내 키를 훨씬 넘어 억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곱다.
높이 선 억새꽃들이 가을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인다. 억새 사이로 걷는 많은 사람들도 가을로 깊이 물드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억새꽃 피어 은빛바다를 이룬 승학산을 찾았다. 한낮의 가을 햇살 속 억새 속을 걸으며 가을을 한껏 느끼며 걷다가 다시 왔던 길로 되짚어 간다. 적나라한 가을 햇살에 몸도 얼굴도 익어 벌겋게 달아올랐다.
▲승학산 억새바다...
이명화
▲억새사이로 ...걷다...
이명화
아무래도 이번 산행은 좀 무리였나 보다. 몸은 마치 배추 소금 간을 해서 푹 절여놓은 듯 무겁고 지쳐 있어 걸음도 겨우 걷는다. 하산 길도 그다지 먼 길이 아니건만 자주 쉬고 안부에 도착하자마자 나무평상에 남편과 나는 완전히 누워 뻗어버렸다. 지리산 높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도 잠 못 이뤘던 나는 승학산 등반 후 평상에 뻗어 누워 그대로 깊이 잠이 들어 버렸나보다.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잠자리가 조금만 바뀌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지만 이런데서 깊이 잠이 들었나보다. 둘이서 30분이나 잤다고 했다. 몸이 좀 개운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지친 몸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2, 3시간이면 끝날 승학산 등반이지만 아주 느릿느릿 걸었던 산행은 그 곱으로 많이 걸린 것 같다.
어쨌든 좀 힘들긴 했지만 덕분에 제때에 맞춰 승학산 억새꽃을 만나 좋았다. 부산최고의 억새명산 승학산에는 지금, 은백색 억새바다가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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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수첩 1.일시:2009년 10월 5일(월),맑음 2.산행기점: 동아대학교 하단 캠퍼스 3.산행시간:6시간 25분 4.진행:동아대학교 하단캠퍼스(9:40)-안부(10:10)-작은봉우리(10:55)-승학산정상(11:20)-억새봉우리(12:00)-하산(1:10)-약수터(1:20)-승학산정상(2:20)-안부(3:10)-휴식(3:40)-동아대학교 하단 캠퍼스(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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