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7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렸다.
윤성효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마이크를 잡고 가정과 교육 현장의 실상을 '폭로'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학부모 송명희씨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일제고사라는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 3월 일제고사 때 두 아이는 체험학습을 하겠다고 1주일 전 학교에 신청했더니 무단결석처리가 되었더라"며 "담임선생님은 평소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는데,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난처해 하는 모습을 우리 딸아이가 알고 많이 힘들어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도 담임선생님이 1학기 복습하는 문제도 풀고 열심히 가르치시는 모습 때문에 딸아이가 갈등을 했지만, 아이 스스로 일제고사를 치지 않겠다고 결심하더라"면서 "학생의 다양성을 키워주고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교육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학생도 앞에 섰다. 마산에서 온 허아무개(중2)군은 "학생과 학교를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일제고사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아이들 성적이 나쁘다고 선생님이 잔소리하고 타박을 하신다"고 말했다.
허군은 "성적이 나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떠들면 더 많이 혼난다. 성적 나쁜 아이들은 나서기가 힘들고, 무시를 많이 당하고 있다"며 "일제고사 때문에 학교에서는 성적 안 좋은 아이들을 더 싫어하는 것 같다. 일제고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고등학교 담임 교사도 교단의 현실을 '고발'했다. 한 고교 2학년 담임이라고 소개한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일제고사와 관련된 교육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힘들다"며 "고등학교는 이미 사설모의고사로 일제고사는 일상이 되었고,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교사는 "어떻게 수백만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치를 수 있는 문제를 자신있게 출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동을 성폭행한 사람한테 정부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수백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쁜 교육정책을 만든 정부와 비교하면 누가 더 나쁜 것이냐"고 따졌다.
대학생 딸과 군대 간 아들, 초등학교 6학년생 등 자녀 셋을 둔 학부모는 "초등학교부터 대학 보낼 때까지 부모는 아이들 공부에 목을 매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고사, 그린마일리지, 고교등급제는 교육악법의 종합세트다"며 "선생님들도 일제고사 문제점에 대해 다들 아시고 열심히 싸우시다 해임까지 되셨다고 하는데 학부모들도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인권행동 단체인 '아수나로' 소속 한 고등학생은 그린마일리지 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학생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점수를 부과하고 체벌의 대안이라고 등장한 것이 그린마일리지제도인데, 그러나 현장에서는 벌점은 벌점대로 체벌은 체벌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점제로 징계 받은 학생들도 많다"며 "학교에 휴대폰 들고 오지 못하도록 벌점제를 마련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학생들은 그린마일리지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경남교육연대는 8일부터 14일까지 일제고사 반대를 외치며 경남도교육청 앞과 창원·김해·진주교육청 앞, 김해지역 초·중·고교 앞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인다. 또 이 단체는 일제고사를 치르는 날 학생들을 모아 체험학습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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