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매력의 오름파란 하늘과 푸른 언덕
이희동
갓길에 차를 세워둔 뒤 아내와 함께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과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오름의 풀밭이 한데 어울려 묘한 풍광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냥 아름답다고만 하기에는 왠지 부족한, 이국적이고 낯설지만 또 한편으로는 투박한 느낌의 그 풍경.
어쩌면 내가 느끼는 그 투박함은 '오르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가 그대로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이름 '오름'에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지리시간, 오름을 처음 듣는 순간 그 이름이 왜 그리도 우습고 정겨웠던지. 그건 분명 '뫼'와 다른 느낌이었다. 뫼가 목적의 대상이라면 오름은 이름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오르기에 오름일 뿐이랄까. 산도 아닌 것이, 언덕도 아닌 것이, 무념무상의 공간으로서의 오름.
오름에 오르니 저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 그리고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웠다. 분명 오름은 오르는 수고에 비해 너무나도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