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원조는 이외수식 소통법이다

[서평]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읽고...

등록 2009.10.08 15:14수정 2009.10.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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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이외수 지음. 해냄
하악하악이외수 지음. 해냄윤석관
▲ 하악하악 이외수 지음. 해냄 ⓒ 윤석관

'하악하악' 이라는 책의 제목은 사실 나에게는 친숙한 단어이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세대인 우리에겐 말이다.

 

이런 단어는 특히 '디씨인사이드'라는 웹사이트와 '아프리카TV'라는 인터넷 방송국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인데, 대략 무엇인가 흥분되는 것을 볼 때나 기대할 때 그 기대감에 내는 소리라고 알고 있고 또한 그렇게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재미로 툭툭 던지는 '야동'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데, 거기에 나오는 홀딱 벗은 남녀가 내는 소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쨌든 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모든 글은 인터넷 세대의 공감을 받아서 골라낸 것이기 때문에 '하악하악' 할 정도의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는 뜻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책을 두어 장 넘기다 보면 목차가 등장하는데 목차의 제목들도 하나같이 가관이다. 털썩,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 이렇게 각 장을 다섯 줄기로 나눈 목차의 제목은 '하악하악'과 완전히 뜻이 반대되는 단어들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런 단어들을 앞세운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현재 상황이 '하악하악' 할 만큼 기대로 가득 차 있지 않고, 대략난감하면서도 털썩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캐안습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의 특징은 여백을 살린 것과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민물고기들을 삽화로 표현한 것도 나름대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특징은 틀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들이 인터넷의 바다 속에서 손가락이 향하는 대로 클릭질하면서 왔다갔다하는 사이트들의 방문. 그런 행위들을 묘사하듯이 이 책의 이야기들도 그런 식으로 흩뿌려져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의 목차는 그저 읽다가 한번 쉬어가는 정거장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읽다 보면 외로움에 대해서 한 꼭지 이야기 하는가하면, 악플러들에 대한 경고도 한 꼭지 포함시켜놓고, 인간반성의 글도 나오며, 해학, 풍자, 속담들 그리고 자존심이나 다양성과 같은 의미를 고찰해보는 글들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나 미투데이 같은 방법을 먼저 사용한 유행의 일번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전체를 놓고 분석해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속에서도 그는 분석하지 말고 느끼라고 하는데 정말 이 책은 느껴야 한다. 책을 다 읽고 정리를 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보았는데, 도통 명확하게 잡히는 것이 없는 경우는 정말 어려운 책들 외에는 이 책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머릿속에는 대충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악플러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과 어리석은 인간들을 동물에 빗대어 놀리는데 사실 알고 보면 그 동물이 하는 행동들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글을 가지고 폄하하거나 책의 가격을 운운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 등. 정말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쓴 모든 글들을 100% 공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당신이 이외수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매일 접하는 기존의 딱딱한 틀을 깨고 젊은 세대들과 함께 소통하고자 젊은 단어들의 채집과 짧은 글들의 나열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책 속 글귀들 중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가장 와 닿았던 것 같다.

 

"살아남는 비결 따위는 없어. 하악하악. 초지일관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이면서 조낸 버티는 거야. 하악하악 그러니까 버틴다는 말과 초월한다는 말은 이음동의어야."

 

그리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따금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으로 단정해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자신은 언제나 '옳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사람이다."

 

실수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인상적이었다.

 

"길을 가다 돌부리에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죄에 대한 생각도 역시…….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진실을 못 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진실을 보고도 개인적 이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죄일 뿐이다."

 

이러다가는 책 속 글귀를 전부 옮겨 적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글귀들을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잠시 보고 덮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아쉬울 것 같다. 살면서 '하악하악' 숨이 차서 무엇인가의 도움의 한마디가 필요한 그 순간에 이 글귀들 가운데 어느 한 가지는 반드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0.08 15:1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
해냄, 2008


#하악하악 #이외수 #해냄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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