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을 얼마나 더 망가뜨리고,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더 죽여야 이 막장의 미친교육 놀음을 그칠 것인가?"
오는 10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전국에서 동시에 시행되는 '일제시험 방식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앞두고 경기도내 학부모 단체와 교육·노동 단체들이 거부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이번 '일제고사'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질 예정인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말한다.
전교조경기지부 공립유치원임시강사와 전국성인장애인야학협의회 경기지부, 경기교사현장모임, 경기평등학부모회,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를 비롯한 단체로 구성된 '경기교육공동투쟁본부(준)(아래 경기교육공투본)는 7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일제고사를 단연코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도 일제고사 폐지가 흐름
경기교육공투본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조차 오바마 취임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인 일제고사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고, 영국 최대의 교원노조(NUT)와 교장 노조(NAHT)도 지난 3월에 초등학교에서의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SATS)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일제고사 마지막 생존국은 대한민국?)
일본의 예도 거론됐다. 최근 사상 최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정부가 과거 자민당 시절 시행했던 일제고사가 비용만 많이 들뿐 효과는 미미하다고 판단해 '표본집단 추출 평가 방식'(평집평가 방식)으로 바꾼다는 공약을 내세웠음을 환기시킨 것이다.
경기교육공투본은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이라는 역사 흐름과 세계교육정책의 변화추세에도 전혀 아랑곳없이 소통불능의 막가파식 미친교육을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소위 '미래형 교육과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이고, 누구를 위한 학교학원화 정책이냐"고 질타했다.
"전수평가 방식 아닌 표집평가 방식으로"
이들은 "일제고사를 비롯한 입시경쟁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극한의 차별과 배제로 몰고가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시장화 정책에 투쟁으로 맞설 것을 선언한다"면서 "경기도교육청은 10월 일제고사를 전수평가 방식이 아닌 표집평가 방식으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10월 일제고사에 학생·학부모의 평가선택권 보장과 공문 시달, △평가선택권에 따른 등교거부와 체험학습 참가 학생들이 불이익 받지 않도록 조치할 것, △도교육청과 시교육청 주관 일제고사 시행 불가 방침 일선 학교에 공문 시달 등을 요구했다.
정성훈 민주노총 경기동본부 사무처장은 "이번 일제고사 투쟁을 기점으로 교육현안 전반에 관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수원시민대책회의와 공동투쟁을 제안해 10여 개 초등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류제경 경기교육공투본 집행위원장은 "11일부터 경기도 전역을 순회하면서 시민들에게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알려나갈 계획"이라며서 "13일, 14일엔 체험학습과 문화마당을 펴고 이후 체험학습 참가 학생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기교육공투본의 요구안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에서도 교과부가 지침을 바꿔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험을 보지 않고 체험학습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의 학습권도 인정해 줘야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시험 평가 결과 공개는 교육감의 권한으로 최대한 줄세우기 교육에 이용되지 않도록 검토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곤 교육감 "자율 선택권 억압하지만, 법률 의무···안타깝다"
한편 일제고사를 반대해 왔던 도교육청의 김상곤 교육감은 지난 5일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입장'이란 글을 통해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을 억압하고, 학생들을 단편적 기준으로 서열화해 교육현장의 소외와 파행을 심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수정되어야 하지만, 당 평가가 현행 법률에 따르는 의무적 위임사무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육감은 "이미 일선학교에서 성적조작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으며, 학교마다 성취도 평가에서 성적향상을 목표로 한 방과후 학습과 보충학습이 횡행하고 있다"면서 "초등학교에서조차 일제고사를 목표로 방학 중 보충수업을 실시한 경우 또한 발견되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육감은 "정부는 앞으로 전국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한 전반적인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평가의 다양화(입체화), 표집 평가, 평가 결과의 비공개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김 교육감은 내년(2010년)부터 도교육청 자체 주관 시험 중 입시에 꼭 필요한 모의고사 등 몇 가지 불가피한 평가를 제외한 일제방식 평가를 폐지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0.08 17:13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