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스트레스'가 여러 사람 고생시킨다. 사진은 영화 <영어완전정복>
시네마서비스
그렇다고 내가 영어에 대해 무사안일, 천하태평으로 일관하는 건 절대 아니다. 외국인이 나에게 뭐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제대로 답변을 하기가 두렵기는 하다. 언제든 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종종 영어방송을 하는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을 챙겨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영어를 못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우리 고유의 말이 입에 밴 상황에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과 간혹 대화를 하다보면 간단한 표현만 써도 영어 잘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소위 '립 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그 말이 나올 만하다. 우리도 외국인이 우리말 조금만 해도 '한국말 잘 한다'고 좋아하지 않는가. 그거다. 기본적인 영어만 해도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데 두려워 할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다.
2003년에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어완전정복>이란 영화를 보면 단어는 완벽하게 외우지만 회화를 못해서 영어학원 기초반을 다니는 중년의 신사가 나온다. 어려운 영어 단어는척척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회화에서는 꿀먹은 벙어리다. 한국 영어교육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보여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토익이라는 것도 잘 보면 이런 문법, 단어 중심의 딱딱한 영어 공부의 연장이다. 이걸 잘 한다고 영어를 잘하는 걸까? 정작 중요한 자리에서 한 마디도 못하고 문서를 잘못 해석해 낭패를 보면 본인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채용한 회사도 망신을 당할 게 분명하다. 그러다보니 토익을 잘 봐도 계속 영어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콤플렉스가 낳은 직장인 영어스트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