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참이다. 12일은 서울고검과 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다. 서울고검 15층에 마련된 국정감사장에는 서울고검 산하 각 검사장들과 차장검사들이 총 출동해 의원들의 질의에 대비했다.
강당 앞쪽에 사각형으로 배치된 국감석 중앙에는 법사위원장이 앉았고 여야 의원이 나뉘어 국정현안을 질의하고 있었다. 1년에 한번 권력의 성역에 대해 그 잘잘못을 따지는 국정감사였다.
의원들의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
300평은 충분히 될 듯 싶은 서울고검 국감장에는 당사자격인 의원과 각 지검장 외에도 중요한 사람들이 더 있었다. 바로 언론들. 국감장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100여 명은 훨씬 넘어 보일듯 싶은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의원들의 발언내용과 답변을 송고하고 있었다.
수십대에 달하는 방송용 카메라들도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의원들의 시선도 자신의 발언순서가 아닐 경우에는 앞에 놓인 컴퓨터 화면에 집중해 있는 듯했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국감장 상황을 언론이 어떻게 받아 들이는지에 대해 의원 자신들도 궁금한듯 키보드를 조작해 계속해서 뉴스를 검색하고 있었기 때문. 이는 이날 피수감기관인 중앙지검과 서울고검 전체에도 해당하는 듯했다. 청사 내에는 국감 내용이 제법 큰 음성으로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
국감장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주로 정치적인 사안이나 사회적 이슈였다. 미네르바 사건, 조두순 사건, 효성 사건 등등.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증인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씨를 직접 인터뷰한 후 그 내용을 동영상으로 2분 남짓 편집해 화면에 띄워놓고 질의했다.
국감장 정면 가로세로 10여미터는 되어보이는 큼지막한 화면에는 선한 눈매의 박씨가 얼굴을 내밀고 격앙된 목소리로 검찰고위직 간부들을 향해 매서운 질문을 던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자살했는데 저 또한 죽고 싶은 마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에 대한 개인신상을 언론에 넘긴 검찰직원을 찾아서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30초 정도로 편집된 그의 첫번째 질문은 날카로웠다. 검찰 고위 간부들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시 동영상이 흘렀다. 박대성씨의 두 번째 질문.
"저는 검찰에서 수감과 포승줄로 묶인채 13시간씩이나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똑같은 질문들을 수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결국에는 지쳐서 인정해 버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수사를 하면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박씨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검찰의 수사로 앞으로 인터넷에서 글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검찰 수사로 위축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등을 언급했던 것. 이 같은 네 가지 질문이 끝나자 우윤근 의원은 물었다. "정책의 실패를 법치라는 이름으로 단속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 아니냐"는 것. 잠깐 곤혹스런 표정을 짓던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당당한 표정으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이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어서 재판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감장 밖에서는 여전히 사법피해자들의 성난 목소리 울려 퍼져
서울고검의 국정감사가 한참인 시간. 대검찰청 앞에서는 사법피해자들의 성난 목소리와 절규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지난 몇년간 변함 없는 모습이다. 사법피해자들이 국정감사가 열리는 시기에 의원들에게 자신들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의미에서 집회를 갖고 있었기 때문.
이날 하루종일 이들 사법피해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국감장 정문에서 들려오고 있었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도 어느 한 곳 없었다.
작년이나 그 작년이나 또 그그 작년이나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주목을 받는 사건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그보다도 더 심각한 피해에 대해서는 귀를 열지 않는 의원들이 답답해 보였다.
성난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렇게 된 이유가 뭔지를 들어보고 성난 마음을 달래줘야만 할 검찰은 벌써 이 집회에 대해 지난 5일과 7일 두 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각종 집회용품을 압수해갔을 뿐이었다. 한 의원에게 전화했다. 국감이 끝난후 잠깐만이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생각은 없느냐. 그의 보좌관의 답변은 간단했다. "안됩니다."
정치적 이슈에만 관심 갖고 언론에 어떻게 나올지만 생각하는 듯한 의원들은 이들 사법피해자들의 한맺힌 사연을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언제까지 이들의 성난 목소리가 서초동을 울려 퍼지게 할 것인가, 참으로 답답한 2009년 10월 12일 국정감사장의 안과 밖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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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 국정감사장, 변함없는 두 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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