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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돈을 얼만큼 버느냐가 능력으로 통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상대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물론, 삼시 세끼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의 가치는 땅에 떨어져서 로또복권 당첨금이 몇 십억을 오가고, 사은품으로는 6억이 넘는 아파트가 내걸린다. 무슨무슨 국책사업을 한다고 하면 수십조 원은 기본이고, 이름 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의 연봉은 가히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몇 천 원을 벌기 위해 종일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종일 걸어도 고급 커피숍에 나오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하여 고단한 몸을 이끌고 거리를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우리의 사회적인 잣대로 보면 실패한 자들이다.
정말 그들은 실패한 사람들일까?
상대적인 우위에 서서 단순히 '하루에 돈을 얼마나 버는가?'로 사람의 서열을 나누고, 그들보다 자신이 더 우위에 서 있는 것으로 안도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낙오자의 삶으로 보일는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유난히 많이 만나게 되는 폐지수집상, 나는 그들을 보면 고맙다.
그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그냥 두 손 벌리고 구걸을 하는 이가 아니라서 고맙고, 실의에 빠져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이가 아니라서 고맙다. 어찌되었든 몸뚱아리를 움직여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하여 고맙다.
어느 겨울날 술에 찌들어 초점을 잃어버린 눈에 모진 세상에 대한 원망을 가득 담아 조소를 보내는 듯 나를 바라보던 노숙자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벤치를 홀로 차지하고는 종일 누워자던 이도 잊을 수가 없고, 세상과 이별을 하는 순간에도 돈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하던 이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에게 돈이 풍족했다면 행복했을까?
돈이 없어서 그들은 그렇게 삶을 자포자기한 것일까?
그런 경험들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폐지수집상만 보면 고맙고 또 고맙다.
남의 등을 쳐서 몇 십억씩 빼먹고도 당당한 사기꾼보다, 남의 패를 어떻게든지 봐서 판돈을 긁어 모으는 도박꾼보다, 언변만 그럴 듯한 정치인들보다, 이런저런 빽을 다 써서 불법을 저지르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고관대작들보다 그들이 훨씬 더 내게는 고마운 존재다.
쓰레기, 버려진 것들은 그들의 손길로 다시 새로운 것으로 거듭날 기회를 얻는다. 세상 많은 일 중에서 버려진 것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만큼 귀한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수단의 하나인 돈을 버는 방법도 다양하다.
며칠 전에 만난 그 분은 이렇게 말했다.
"종일 싸돌아다녀도 근근히 풀칠하고 살지."
그 풀칠의 의미가 옛날과는 다르겠지만, 그의 고단한 삶이 그 '풀칠'이라는 단어 속에 오롯이 들어 있는 듯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 다양한 삶들을 돈의 무게로 판단하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
세상은 여전히 돈 문제로 시끄럽다.
'돈 때문에' 그 많은 일들이 생긴다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수단이 목적이 된 세상이다보니 돈만큼 피부로 와닿는 비유가 없나보다.
2009.10.13 15:5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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