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을 하던 중 과도를 친구의 앞에 놓고 "네 마음 해봐라"라고 말했다면 협박할 의도와 상관 없이 보통 사람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로 협박죄에 해당하다는 대법원이 판결이 나왔다.
Y(51)씨는 지난해 6월13일 서울 중화도의 한 호프집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다 자신이 사업에 실패한 이유가 여자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말다툼이 되자, 화가 나서 빈 맥주병을 깨뜨려 친구의 오른쪽 귀 근처를 찔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4개월 후인 11월8일 Y씨는 A씨와 술을 마시다 몇 달 전 맥주병에 찔린 사실을 다른 친구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또 말다툼을 하던 중 A씨가 "치료비를 줄 테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고 하자 화가 나, 과도를 갖다 놓고 욕설을 하면서 "네 마음대로 해봐라"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Y씨는 흉기협박과 흉기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김동규 판사는 지난 4월 Y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에 Y씨가 "'찌를 테면 찔러 봐라'고 말했을 뿐 협박한 사실이 없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인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천석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흉기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흉기협박 부분에 대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언동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주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의 언동이 '네가 과도로 나를 못 찌르면 내가 너를 찌르겠다'는 취지로 A씨에게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무죄"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Y씨의 흉기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과도를 A씨의 앞에 놓아두고 '네 마음대로 해봐라'는 언행은 A씨가 4개월 전에 발생한 상해 사건을 트집 잡아 폭력을 행사하는 데 대응해 과도로 가해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이해되기에 충분하므로, 일반적으로 봐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라며 "피고인이 실제로 고지한 해악을 실현할 의도나 욕구를 가졌는지 여부는 협박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2009.10.16 14:3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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