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0.16 18:33수정 2009.10.16 21:07
일행은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안개 짙은 새벽에 분당을 출발해 오늘의 가을 트레킹 여행
코스인 비무장지대(DMZ) 두타연과 평화의 댐 그리고 해산령 아래 평화의 댐 하류이자 파로호 상류의 오지마을인 비수구미로 가기 위해 양구로 향했다. 평일 새벽이라 그런지 새로이 개통되지 얼마 안된 경춘 고속도로는 비교적 한산해 막히지 않고 가평을 지나 춘천에 이르렀고 춘천에서 다시 소양호 북측의 46번 국도를 이용해 재를 넘어 굽이 길을 돌고 돌며 또 추곡터널을 위시한 몇 개의 터널을 지나 아침 아홉 시 반경 양구에 이르렀다.
두타연 트레킹
두타연은 휴전선에서 발원한 수입천 지류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인 방산면 건솔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수량은 많지 않지만 주위의 산세가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오염되지 않아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1천년 전 두타사라는 절이 있다는데서 연유한 이름이며 휴전 이후 60 여 년 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어 도로변에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숲과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양구의 명품관에 들려 출입절차를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여 민통선 고봉산 초소를 통과
하니 거기부터 비포장 도로가 시작 되었다. 백석산 전적비를 지나 두타연으로 들어 가자니
울긋불긋한 가을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전개되고 있어 차창 밖으로 내다보는 우리로 하여금 연신 "야~" 하는 감탄사를 발하게 하는 것이었다.
두타연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일행은 그곳에 주재하며 방문객들에게 일대를 소개하는 일본인 여성 안내원(큐슈 출신으로 한국인과 결혼해 양구에 살고 있다는 여성)으로부터 자상한 설명을 듣고 탐방을 위한 트레킹을 하기 시작했다.
수려한 산세, 울긋불긋한 단풍, 금강산에서 발원해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 높이 10 미터의
계곡물이 떨어지는 폭포아래 형성 된 두타연의 맑고 깊은 물의 절경을 낙엽이 바람에 흩날
려 떨어지고 있는 산책로를 걸어 출렁다리를 건너고 징검다리를 건너 팔각정까지 걸으며
감상 하자니 그야말로 아름다운 정취에 푹 빠져 들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일대 탐방을 마친 후 일행은 금강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류를 따라 뻗어 있는 호젓한 비
포장 길인 금강산 가는 길을 왕복 삼십여 분 정도 걸으며 '언제 통일이 되어 이 길을 달려
금강산에 가 볼까' 하는 소망을 지녀 보기도 했다.
두타연 주차장 옆에는 한국전 당시 양구 지구 전투에서 장렬히 산화해 간 국군 및 미군 용
사들을 위한 위령비가 있어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참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우리 일행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두타연을 떠났다.
평화의 댐과 비목공원
화천읍 동촌리 평화의 댐은 1986년 북한의 임남댐에 대응하는 댐을 만들기 위해 국민성금으로 1987년 1단계 공사를 시작해 1989년 80m 높이로 완공됐다. 정부는 임남댐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2002년 9월 2단계 공사에 착수해 2006년 6월 준공했다. 댐의 높이는 125m로 국내에서 가장 높고 길이는 601m에 달한다.
평화의 댐에 위협이 되는 임남댐은 북한이 1992년 1월 상류 가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1999년 6월부터 평화의댐 상류 36㎞ 지점에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00년 10월 축조했다. 댐 건설로는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완성된 것이다.
오후 한시 경 양구에서 버스로 이동해 그곳에 도착하니 평화의 댐은 짓 푸른 가을 하늘 아
래 북한강의 최상류 수계에 웅장한 위용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건설 당시에는 북한의 수공에 대한 진위 여부로 논란이 많았으나 얼마 전 북한의 예고 없는 황강댐 방류로 인해 전 보다 많은 관광 객들이 관심을 갖고 찿는 곳이 되었다 하겠다.
더군다나 댐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기념 하는 의미로 축조 된 세계평화의 종과 한국전에서 산화한 유엔군 장병을 위한 위령비가 있는 비목공원이 조성 되어 있어 양구 및 화천 일대의 들려 볼만 한 관광지라 여겨졌다.
특히 댐 동쪽에 조성 된 비목공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가곡인 비목(碑木)을 기념하기 위해 1995년 조성 된 곳으로 한국전쟁의 상흔을 되새기는 작은 공원이다. 그곳은 나무 십자가 위에 걸쳐놓은 녹슨 철모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쟁영화의 포스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이런 광경이 비목공원에 만들어지게 된 연유는 널리 알려진 가곡 '비목'과 관계가 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이렇게 시작되는 가곡 비목의 작곡자인 한명희 선생이 이곳 화천에서 군 생활을 했다고 한다. 군생활 당시 계곡에 있던 이끼 낀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발견하고 느낀 감회를 시로 쓴 것이 바로 비목이다. 그때 한명희 선생이 군생활을 한 곳은 비목공원에서 약 14km
정도 더 북쪽인 비무장지대였다고 한다.
화천은 한국전쟁 당시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으로, 이 비목이란 곡이 세상
에 널리 알려지자 평화의 댐 옆에 비목공원을 만들고 전쟁 당시 화천의 상황을 되새기고 있다.
댐 일대를 거닐며 불현듯 분단 된 채 남아 있는 조국의 현실과 한국전의 상흔에서 오는 안
타까운 마음과 숙연한 생각이 뇌리를 맴도는 것이었다.
오지 마을 비수구미
평화의 댐을 출발하여 아혼아홉 구비 고개를 구불구불 숨가쁘게 넘은 버스는 우리 일행을
해산령의 해산터널 앞에 내려 놓았다. 이곳에서 비수구미까지는 6.2 키로미터 거리라 했다.
해산터널 앞에서 비수구미까지는 비 포장 길을 따라 1시간 반 가량을 산길을 걸어 내려가
는 코스로서 원래는 생태계 보호를 위한 휴식년 제가 시행 되던 곳으로 지난 5월말까지는
출입이 통제 되던 곳이었다.
비수구미 마을로 가기 위해 짙 푸른 가을 하늘 아래로 펼쳐진 첩첩 산의 울긋불긋한 산길을 따라 걸어 내려 가다 보니 붉은 단풍, 노란 단풍과 맑고 청정한 계류와 소(沼)가 어우러져 있고 숲길의 낙엽은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억새 역시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의 정취를 더 하고 있어 그야 말로 아름다운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해 호사를 맛 보는 것이라 여겨졌다.
아름다운 정취에 흠뻑 취하며 길을 내려 가니 드디어 오후 세시 무렵에 단 세 가구의 마을
인 비수구미가 산과 파로호 상류를 배경으로 그림같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비수구미에 도착하자마자 일행과 함께 늦은 점심으로 그곳 민박 집에서 제공하는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들었다. 산중에서 제공하는 무공해 산채 비빔밥은 시장한 참이어서 그런지 일품의 맛으로 느껴졌다. 점심을 마친 일행은 뱃터로 걸어 내려가 열 지어 차례를 기다리며 일대 경치를 감상 하다가 마을에서 운영하는 보트에 6명씩 나눠 타고 비수구미를 떠나 약 10분 정도 거리의 파로호 상류의 비수구미 마을로 가기 위한 선착장에 내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버스에 올랐다.
참고로 비수구미에 대해 소개 하자면, 강원도 화천의 비수구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지마을 중의 하나이다. 1990년대 들어서 트레킹이 도입되면서 전국의 오지를 누비던 트레커들에 의해 소개되기 시작했다. 일단 비수구미 마을은 차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화천댐의 건설로 화천댐 상류에 있는 비수구미마을이 강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 이전에도 비수구미 마을은 화전을 일구며 살던 마을이었는데, 마을길이 끊기자 사람들이 떠나고 지금은 세 가구만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에는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비수구미 마을은 마을 옆을 흐르는 계곡과 마을 앞의 넓은 북한강 그리고 마을 뒤를 막고 있는 해산 등이 어우러져 멋진 한 폭의 경관을 만들어낸다. 오지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경관을 보기 위해 아직도 비수구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비수구미 마을로 가려면 미리 마을 주민에서 전화를 해놓아야, 마을 주민이 배를 가지고 나온다.
버스를 타고 오후 다섯 시 반 무렵 선착장을 떠난 우리 일행은 북한강을 따라 화천, 춘천,
가평을 거쳐 국도를 달려 귀로에 올랐다.
짙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의 깊어가는 가을산과 계류 그리고 낙엽
의 정취에 흠뻑 빠져 지내던 강원도 양구와 화천의 오지에서의 하루를 마감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며 돌아오던 차 안에서 우리 일행은 붉게 물들며 저물어 가는 석양을 덤으로 바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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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지대 두타연, 평화의 댐과 비수구미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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