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를 기다리는 바다장어이곳에서 경매되는 장어는 연안에서 자란 자연산 장어라고 자랑한다
윤병하
연거푸 찍는 사진이 못마땅한지 아주머니 곁눈질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눈치껏 셔터를 누른다. 아무리 봐도 흥미롭다. 한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얼마에 샀느냐고 묻자 "별 놈 다 있네"라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편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7만원이란다. 다시 물었다. "얼마라구요?" "7만원." 딱 부러진 목소리가 소음 속에서도 높은 옥타브다. 정말 싸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정도 돈은 있는 것 같다. 30여 명이 먹어도 넉넉한 양이다.
사고 싶은 충동을 잠시 접고 바로 옆 경매장으로 향했다. 웅성거림은 마찬가지. 그러나 나오는 물고기는 다르다. 장어와 돔, 숭어 등이 연이어 경매에 나선다. 검은색 힘이 센 장어는 바구니를 돌며 도망갈 태세가 역력하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노련한 경매인들의 손놀림이 그보다 앞선다.
돔은 낚시꾼들이 가장 손맛을 보고 싶어하는 특급 어종. 그런데 바로 그 놈이 눈앞에서 날 잡아 보란 듯이 몸을 뒤척이며 위용을 드러낸다. 좁은 듯 입을 쩍쩍 벌리며 힘찬 몸부림을 할 때마다 물이 찬 바구니 주변은 물바다.
낚시를 다닐 때 이야기다. 이이들 앞에서는 항상 아빠는 굉장한 어부다. 낚시를 갈 때마다 꼭 잡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반은 거짓말이다. 한 마리도 낚지 못한 날이면 그 다음 코스는 어판장. 어쨌든 큰소리치며 집에 들어갔던 옛 일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