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들어 고위 공직자가 도덕성에 흠결이 있으면 '능력'을 강조했다. 공직자로서 업무능력이 뛰어나면 도덕성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시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몇몇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 이런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20일 국회지식경제위 국정감사에서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고, 나중에는 국회의원들이 전기안전공사 국정감사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기안전공사 국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이날 국감에서 주승용 의원(민주당)이 '감전사고 현황'에 대한 자료 협조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임 사장은 "사장이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담당한테 물어보라"고 답변하는가 하면, "전기안전공사는 '신이 버린 직장'… 나중에 사장 한번 해봐라, 정말 눈물 날 정도로 힘들다"라며 무책임하고, 황당한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사장이 그렇게 힘들다면 그 자리에는 무엇 때문에 앉아 있는가. 스스로 전기안전공사 사장 자격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임 사장은 취임 뒤 10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5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이고, 공사 예산으로 자신의 자서전 500만원어치를 사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장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라고 말했던 사장이 한 일이 이틀에 한 번 꼴로 한 기자간담회다. 기자간담회가 무슨 대단한 일인가. 그리고 자기 책을 공사 예산으로 했다는 것은 공과 사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는 자격 없는 사람이다.
자격없는 사람을 뽑은 대표적인 사례가 현병철 국가인권위장 임명이었다. 이 대통령 인권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낸 인사이기도 했다. 현 위원장 행적을 들여다보면 인권과 관련한 대외활동은 물론이고 드러난 연구실적도 없었다. 청와대는 현 위원장 인선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학장·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보여준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조직관리 능력은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인권선진국으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청와대 뉴스 <국가인권위원장에 현병철 교수 내정>-2009.07.16)
국가인권위원장 인선배경을 설명하면서 '인권'은 어디에도 없고, '조직관리 능력' 따위의 말만 있을 뿐이다. 심심하면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인권위법을 위배한 것이기도 했다. 국가인권위법 5조2항은 인권위원 기준을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라고 분명히 적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원장으로 자격 없음은 현실로 드러났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강력한 차기 의장국 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수임 도전을 포기했었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지난 18일 현 위원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인권위가 독립기구인지, 행정부에 속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법적으로는 후자다. 개인적으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권위원장이 인권위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국가인권위법 제3조 2항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와 정반대 생각으로 인권위원장이 인권위법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고, 무엇보다 인권위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모든 권력으로부터 시민들의 인권을 지키는 조직인데 그 기본원칙 조차 모르는 자격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인권위원장에 임명했으니 이명박 정부에게 인권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일'일 것이다.
무능력, 무자격 인사는 또 있다.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다. 박 원장은 지난 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무총리실 2008 회계연도 세입·세출결산'에 소관기관 배석자로 나와 "사석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의 질문을 받자 "나는 그게 소신이다"라고 답했다. 박 원장은 "개헌을 하면 (노동3권을 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논문 표절 의혹, 뉴라이트 인사와 지인에게 고액의 노동연구원 연구 위탁과제 특혜계약 몰아주기 의혹 따위를 받았다. 그는 엄청난 반발이 있자 "당시엔 당황한 상황에서 잘못된 표현을 했다"며 "헌법에 (노동3권이) 있어야 한다" 말을 바꿨지만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노동연구원장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로 이명박 정부 노동정책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임인배 전기안전공사 사장은 3선 의원으로 전형적인 낙하산이다. 그 낙한산 인사가 사장이 힘들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인권위원장, 노동 연구를 하는 국책기관 수장이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업무 능력'이 뛰어난 인사인지 묻고 싶다.
사장이 힘들다고? 그럼 빨리 물러나라.
2009.10.21 11:0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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