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를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필자 주>
'핵무기 없는 세상'은 없다? 동북아 군비경쟁 촉진하는 '핵우산' 명문화
오늘(10/22)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외교통상부 국정감사가 열리는 동시에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가 개최되었다. SCM 결과 공동성명에는 특히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를 포함한 일부 언론은 확장억제 수단 명문화를 '성과'라고 평가했다.
과연 '성과'라고 자화자찬할 만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 보자. 우선, 한미 당국은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핵우산' 정책을 재확인함으로써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국제사회의 중차대한 목표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을 명문화하였다. 노벨 평화상까지 받게 한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상' 구호가 무색할 만하다. 그리고 '미국의 핵 위협에 대비해 핵을 개발하겠다'는 북한의 주장과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미국의 핵우산을 명문화해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한국의 주장은 핵억지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것이다. 이러한 핵우산 정책은 북한의 핵 폐기를 촉구하는데 '독'이 될 가능성은 커도 최소한 '약'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안보환경에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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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통위 국감에서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핵우산의 문제점을 지적한 의원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한국이 핵확장억제 개념, 미사일방어(MD)를 명시하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고 한반도내 안보경쟁을 유발한 가능성은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천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강조한 'WMD- We Must Disarm!(우리는 반드시 군축을 해야 합니다!)' 군축캠페인, 일본 하토야마 정부의 '동북아 비핵지대화' 공약 등을 언급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해 진일보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모습과 핵억지력에 기대어 핵군축을 저해하는 한국정부의 모습을 대조시키며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미경 의원은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며 근본적 점검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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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파병? 국민은 2007년 악몽을 다시 꾸고 싶지 않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외통위 국감의 주된 화제가 되었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지난 21일 "한국군의 군사적 기여가 최대 우방국인 미국을 돕기 위한 차원이 아닌 한국의 자체안보와 국가이익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미 측의 파병 요청과 한국 정부의 파병여부 논란은 한국군 철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군대 파병이나 지역재건팀(PRT) 요원의 대규모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는 추측과 소문이 넓게 퍼져 있었다.
오늘 국감에서도 정부는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일반적 수준의 발언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며, 독자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매우 높고 상임위 위원들의 질의도 많았지만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새로이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송영선 위원(친박연대)은 아프간 정부가 원하는 것은 경찰이나 특수부대를 훈련시킬 수 있는 우수한 교육부대라며 현재 진행 중인 의료지원팀, 태권도 교육팀, IT교육센터 설립 등의 활동은 아프간 정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송민순 위원(민주당)은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지적이라며 한국의 아프간 정책에 대해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게 아니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송 위원은 아프간 파병은 중동정세에 대한 판단, 대테러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 탈레반과 알카에다 분리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지, 출구전략은 있는지, 미국의 요청이 경제적 지원인지 군사적 지원도 포함되어 있는 건지 이 모든 것들을 국민들에게 다 보여주고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며 외통부를 질타했다.
홍정욱 위원(한나라당)은 게이츠 장관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는 경제적 지원을, 미 국방부는 군사적 지원을 선호하는 입장이 있다며, 바로 그러한 점이 협상의 여지를 넓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홍 위원은 신각수 외교부 차관의 '독자적 판단을 한다'라는 반복되는 답변에 대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는데 그 판단과정이 어떤지 전혀 공개된 바 없고 국민여론 수렴절차도 전혀 없다"며 외통부의 과도한 비밀주의와 일방성을 질타했다.
군사적 지원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결코 아니다. 더욱이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아프간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고, 아프간 대선과정 상의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원하는 것보다 아프간 국민들에게 지금 절실하고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프간 평화에 기여하는 방법일 것이다.
동시에 한국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2007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참사를. 과연 진정으로 평화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이나 기본원칙도 없이, 최소한 해당 지역의 분쟁과 갈등에 대한 이해와 분석 없이 파병을 지속하고, 제대로 된 파병평가도 하지 않았던 정부가 급기야 평화유지군 상비부대를 따로 두는 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아프간 파병을 포함해 정부가 파병을 논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기존의 해외파병 정책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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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협상카드' 없는 '그랜드 바겐', 성공할 수 있을까?
정부의 적극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호하고 기존의 대북 전략과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그랜드 바겐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았다. 그 중에 만약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한다면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의가 눈에 띄었다. 신각수 차관은 이러한 질의에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북핵문제와 연계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주한미군의 주둔의 목적은 북핵 위협뿐만 아니라 재래식무기 위협도 있기 때문"이라 했다. 모든 것을 일괄타결하자는 통 큰 그랜드 바겐이라고 하지만 실제 정부는 북핵 폐기에 상응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카드는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워 보인다.
그밖에 외통위 국감에서는 재외공관 국감에서 확인된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많았다. 하지만 재외공관 국감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질의들이 오가는지 알 수 없는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내용들일 뿐이다. 재외공관 국감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미FTA에 관한 질타도 많았다. 미국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며 강행 처리되었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한미FTA 재협상 얘기 정도만 흘러나올 뿐 비준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 신 차관은 미국 측 요구로 인한 재협상은 없다고 단언했다. 국군포로 북송, 남북정상회담 관련 질의도 많았다. 하지만 외통부의 과도한 비밀주의는 온갖 추측만 불러온 채 사실 확인조차 불가능하게 했다. 연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밀실회동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남경필 위원(한나라당)은 지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일회성 정치 이벤트였고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하며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제안했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남 위원의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자신이 밝힌 평가의 근거를 이명박 정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길 바란다.
<말! 말! 말!>
남경필(한나라당) : 오늘 답변 태도가 평상시와 상당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정부유행인거 같다. 바람직하지 않다. 항상 섬기는 자세로 해달라. (신각수 제2차관의 불성실한 답변 자세를 지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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