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주요 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에 나온 기사 내용.
례투보스 리타스
그러나 무언가 신기한 체험을 바라던 사람들의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일단 일반적으로 운석이 떨어진 곳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높아지기 쉬운데, 검사 결과 아무런 변화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것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들에게는 금방 들통이 날 만한 조악한 창작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모여든 학자들은 모두 "이 구덩이는 분명히 누군가가 관심을 받기를 바라며 만들어놓은 장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에스토니아 타르투 대학교의 학자들은 "이 운석 구덩이를 만든 자의 실력은 너무도 형편 없어서 좀 더 공부를 하고 나서 이런 장난을 쳤어야 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장 감식을 실시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지질학, 운석 전문가는 아래와 같은 여러 석연치 않은 현상들을 발견했다. 일단 그 웅덩이에는 여기저기 삽질한 자국이나 풀을 잡아 뜯은 흔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구덩이 주변에 쌓인 흙들의 높이와 깊이의 비율도 맞지 않고 구덩이 가장자리의 흙은 지나치게 높이 쌓여 있었으며, 그에 비해 구덩이는 너무 깊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깊이 대비 3배 정도 넓이 반경에 흙무더기들이 날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구덩이의 깊이가 1미터라면 주변 3~5미터 지역에 흙이 튀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깨끗이 청소해 놓은 듯 흙무더기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운석이 지상에 충돌하면 그런 화염을 만들면서 활활 타오르는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운석이 충돌하면 엄청난 열이 발생함에도 구덩이 표면에는 여전히 잔풀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고, 측면도 너무 가팔랐다고 한다. 또 충돌 지역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운석의 잔해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동영상 속에서 무언가 불타고 있는 작은 웅덩이도 운석이 떨어졌을 것이라 예상되는 방향과는 전혀 맞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운석은 충돌과 동시에 앞으로 쓸려나가는데도 그 불꽃은 정확히 구덩이 가운데서 타오르고 있었고, 전반적으로 흙을 그냥 아래로 파내려간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살펴본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그런 지름 20미터의 구덩이를 만들 정도의 운석이라면 주변 지역에서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하거나 충돌 당시 엄청난 소리를 들었을 사람이 분명 있었겠지만, 본 사람도 들은 사람도 전혀 없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점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그 구덩이는 누군가 이미 만들어놓았다가 신고하기 직전 바닥에 휘발성 물질을 쏟아부은 후 불을 지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인 셈이다.
"통신사 광고 사업의 일부" 자수사건이 보고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무언가 솔깃한 소식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대체 그런 우스운 장난을 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할 무렵인 월요일 오후, 그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자수를 했다.
라트비아 제2의 무선 통신사인 tele2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보도된 운석 사건은 자신들이 홍보용으로 기획한 광고 사업의 일부라고 공표한 것이다. 운석 자국 주변에 회사 홍보 자료나 로고 등도 전혀 게시하지 않은 그들의 광고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 업체가 라트비아 일간지 디에나를 통해서 밝힌 사건의 전말은, 단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라트비아도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현재 라트비아는 경제 위기라는 부정적인 사안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이번 일을 통해 무언가 긍정적인 소식으로 라트비아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런 해프닝이 누군가에게 심려를 끼쳤다면 정중히 사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노이즈 마케팅이 그 이유였다면 관심을 끄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해프닝이 끝나고 며칠이 지난 지금, 과연 이 업체의 자칭 기발한 홍보 활동 자체가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재미 주려다, 거널 나겠네우선 이 업체는 해프닝 당시 사건 보존을 위해 출동한 소방인력과 무장병력 등을 동원하는데 든 인건비와 아홉 시간 동안 대기시킨 장갑차 3대 등의 사용료를 포함하여 1만3000라츠 (우리 돈 약 3천만 원)의 피해보상금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라트비아 내무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업체의 홍보와 어떤 연관성도 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차원에서 tele2와 체결한 모든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트비아 광고협회 역시 이 업체의 광고 행위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협회는 "운석 충돌 같은 사건은 라트비아 광고사에 전혀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이번 사건은 외국에서 광고의 직업윤리를 침범하는 행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관련 업체는 이번 사안의 해결을 위해 정부의 지원금은 조금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피해가 발생한 부분이 있다면 업체의 예산으로 완벽히 배상을 하겠다고 약속을 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 법적 소송에 대한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지 않다.
어쩌면 세계적으로 큰 스캔들을 불러일으킬 뻔했던 이번 사건은 현장 감식을 위해 찾아온 전문가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잠시 동안 희열을 준 것은 확실하지만, 그 끝은 참으로 허무하다. 그냥 광고였을 뿐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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