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아침 양산시 물금읍 한 목욕탕. 3명이 탕 안에 들어앉아 있었다.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은 한 중년남자가 들어오며 탕 안에 있던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그 중년남자가 한 마디했다.
그러자 탕 안에서 인사를 나누던 남자는 "그렇죠. 송인배가 그렇게까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많이 나왔네요. 만약에 박희태가 되지 않았더라면 한나라당은 풍비박산 나는 건데 말입니다"고 말을 받았다. 그는 "박희태가 양산 발전시킨다 하니까 한번 믿어 본 거죠"라고 덧붙였다.
양산 중부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40대 아주머니는 "선거도 끝났는데 왜 물어요"라고 한 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봉하마을에 가 본 사람이라면 한나라당 안 찍었을 겁니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50대 아저씨는 "양산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공천한 데 대해 자존심이 짓밟혔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송인배 표가 의외로 많이 나왔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내지 안타까움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산의 40대 한 교사는 "송인배 후보가 절대적으로 잘해서 표를 많이 준 것으로 보지 않고, 사람들은 아무 연고도 없는 정치인을, 공천만 하면 된다고 한 한나라당의 오만함이 성공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거기다가 일부 사람들은 박희태 후보가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되느냐고 말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선거에는 오직 1등만 있을 뿐인데, 2등은 아무 소용 없는 거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송인배 후보가 2등을, 그것도 많은 표를 얻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 때문이다"고 말했다.
10월 28일 치러진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를 이전 총선 결과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 18만4691의 유권자 중 8만1103명(43.9%)이 투표한 10.28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 최종 개표 결과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는 민주당 송인배 후보보다 3299표를 더 얻어 당선했다.
박희태 후보 3만801(38.13%), 송인배 후보 2만7502표(34.05%),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 2836표(3.51%), 무소속 김상걸 후보 2436표(3.01%), 무소속 김양수 후보 1만1162표(13.82%), 무소속 김용구 후보 443표(0.54%), 무소속 김진명 후보 546표(0.67%), 무소속 유재명 후보 5033표(6.23%)(무효 344표)를 각각 얻었다.
송인배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지만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그는 2004년 4월 실시된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34.6%(2만9577표)를 얻어 35.9%(3만678표)를 얻은 김양수 전 의원에 뒤져 낙선했다. 당시 그는 당선자보다 1102표를 더 적게 얻었던 것.
당시 선거에서는 이번 재선거에 박희태 후보를 도왔던 김동주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11.4%(9720표)를 얻었고, 또 무소속 나오연 전 의원(5951표)이 출마했으며,민주노동당(김영진 4286표),녹색사민당(이성경 2135표),새천년민주당(전덕용 1156표), 무소속(김정희 2004표) 후보도 나왔다.
그런데 두 번째 출마했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 송인배 후보는 전체 7명의 후보 가운데 4위에 그쳤다. 당시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7%(4793표)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허범도 전 의원이 39%(2만6802표)를 얻어 당선했고, 무소속(친박) 유재명 후보가 33.4%(2만2937표), 민주노동당 심경숙 후보가 10.4%(7159)를 각각 얻었다.
이번 재선거에서 34.05%를 얻은 송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가운데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얻었던 34.6%와 비슷한 득표를 했다. 두 선거와 비교해 볼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과 서거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송인배 후보, 조직 없는 상태에서 바람으로 선거"
29일 아침 양산 중부동에 있는 민주당 선거사무소 앞에는 박희태 후보의 당선을 보도한 신문들이 쌓여 있고, 문은 닫혀 있었다. 이번 양산 재선거에서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조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노무현 바람'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주당 한 인사는 "정세균 대표가 양산에 와서 선거대책본부 회의를 하는데, 동․면 책임자를 모았는데 몇 명 되지 않았다"면서 "얼마나 조직이 안돼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 김두관․유시민 전 장관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4인방'으로 불리며 양산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송인배 후보를 도왔던 정영두 민주당 위원장(김해갑)은 "졌지만 의미 있는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정영두 위원장은 "이번 재선거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영남권에서 '친노(노무현)' 그룹이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본다"면서 "조직도 열세였고 아무 것도 없는 속에서 선거를 시작했는데, 친노진영과 네티즌들이 결합해서 선거를 치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스타급 친노인사'들이 양산에서 적극 선거운동을 벌이자 지역민들한테 감동을 일으켜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절반의 승리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영남권에서 민주당만이 아니라 친노그룹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그동안 영남권은 한나라당 성향이 강하다 보니 친노진영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적극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소속 명희진 경남도의원은 "이번 양산 재선거는 박희태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민주당이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5개월이 지나 치른 선거 결과인데,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송인배 후보 "노무현 대통령님께 죄송하다"
세 번째 도전에서도 실패한 송인배 후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이날 아침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먼저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님께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선거를 하고 노력했지만,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 죄송하다. 제가 그릇이 모자라서 그렇다. 마지막까지 보여주신 주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할 뿐이다. 거듭 대통령님께 죄송하고 시민들에게도 죄송하다."
"왜 졌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는 "전적으로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상대방은 총알을 여러 개 갖고 있고 저는 총알이 하나밖에 없는 상태에서도 명중 시켰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송 후보는 "영남권은 선거 때만 되면 시민들이 자기의 정치적인 뜻을 나타내고 의지를 보인다"면서 "지역은 한나라당 성향이 강하다 보니 평소에는 자기 뜻을 표명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선거운동 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투표는 비밀이 보장되기에 표로써 정치적인 표시를 하는 것"이라며 "또 선거가 끝나고 나서 다시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즉 제로(0)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이번 선거에 이겨 그것을 한번 보여 드리고 싶었다"면서 "아직 깨어있는 시민을 조직해 내는 힘이 부족해서 그런지,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9.10.29 14:0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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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다시 양산에 가 봤더니 "와, 노무현 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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