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대 처녀 셋 3825만원에 인생 걸다

[관람평]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

등록 2009.10.31 13:00수정 2009.10.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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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월엔결혼할거야> 배우들의 커튼콜 장면

<오월엔결혼할거야> 배우들의 커튼콜 장면 ⓒ CJE

▲ <오월엔결혼할거야> 배우들의 커튼콜 장면 ⓒ CJE

 

88만원 세대 스물아홉 처녀 셋이 10년간 붓던 적금 3825만원을 놓고 좌충우돌 결혼이야기를 엮은 연극이 나왔다.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연출 김태형)는 여고 동창생 3명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매달 10만원씩 적금을 들고 가장 먼저 결혼하는 친구에게 몰아주기 약속을 한 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학강사 세연, 소설가 정은, 그리고 10년째 무직인 지희가 주인공 3인방이다. 직업에서 알 수 있듯 세연은 분필가루 마셔가며, 정은은 마감에 쫓기면서 악착같이 적금을 부었다. 반면 무직 지희는 엄마가 적금을 고스란히 대신 내줬다.

 

사건의 발단은 무직 지희가 일주일 전 선 본 남자와 6월 1일 결혼한다고 선포하면서 시작된다. 전개는 지희보다 먼저 5월에 결혼하자고 의기투합하는 세연과 정은의 눈물나는 노력으로 채워진다.

 

이 작품은 모두 4명의 출연자가 등장한다. 세연 역에 노현성, 정은 역에 이안나, 지희 역에 조한나, 멀티맨 역에 이명행 등이다. 멀티맨 이명행씨는 이 작품에서 세 처녀의 친구로, 또는 옛 애인, 선배, 6년 후배 등으로 분해서 등장한다. 연극을 다 본 후에야 한 사람이었구나 할 정도로 캐릭터 변신이 능란했다.

 

세연 역의 노현성씨는 시원스런 음성과 큰 키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정은 역의 이안나씨는 다양하고 급격한 감정 표현이 능했고 조한나씨는 멀티맨과 마찬가지로 몇 가지 배역을 소화한 멀티우먼으로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이들의 연기 테크닉과 대사 전달 능력, 그리고 대사 연계가 물 흐르듯 원만해 이들의 연습량을 가늠케 했다.

 

출연배우 열연 빛나... 탄탄한 원작ㆍ연출이 호연 원동력

 

a <오월엔결혼할거야> 지희 드레스숍에 따라간 친구들.

<오월엔결혼할거야> 지희 드레스숍에 따라간 친구들. ⓒ CJE

▲ <오월엔결혼할거야> 지희 드레스숍에 따라간 친구들. ⓒ CJE

 

물론 원작의 탄탄함과 연출의 힘은 보이지 않게 연극을 떠받치는 원동력이다. 이 연극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나온 작가 김효진씨의 경험담이란 점에서 리얼리티 요소가 강하다. 여성들의 심리적 고민과 갈등을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출을 한 김태형씨는 작가와 같은 학교 연출과를 나와서 연출은 물론 조명디자인, 무대감독 등 무대 전반을 섭렵한 전천후 만능맨이다. 그레서 멀티맨 역에 대한 완벽한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다 싶다. 특히 냉장고가 레스토랑 출입문으로 변할 때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등 무대 디자인도 수준급이었다.

 

결혼이란 주제 때문인지 객석에는 남녀 커플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이한 것은 여성들끼리 오거나 여성 혼자 온 경우가 많았다는 것. 결혼 적령기 여성들의 최대 관심거리인 결혼의 위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관객들은 괜찮은 작품이란 반응이다. 공식 미니홈피에는 '쏟아지는 야유와 눈물, 통쾌함에 손벽이 저절로 쳐지는', '연극이 아닌 꼬옥 내 얘기를 보는 것 같은 동질감도 함께 느껴', '후덥지근한 20대 중반을 보내고 있는 저에게 시원한 커피 같은 작품' 등의 평이 올라오고 있다.

 

남성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왠지 씁쓸하구만'하면서 입맛을 다실 부분도 없지 않다. 학업을 핑계로 배신한 남자, 허장성세 겉만 번지르르한 속물,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애송이 캐릭터를 마주칠 때면 입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다. 허나 어쩌랴, 그 또한 이 연극의 맛인 걸.

 

a <오월엔결혼할거야> 지희의 파혼 소식에 기뻐하는 친구들

<오월엔결혼할거야> 지희의 파혼 소식에 기뻐하는 친구들 ⓒ CJE

▲ <오월엔결혼할거야> 지희의 파혼 소식에 기뻐하는 친구들 ⓒ CJE

[미니 인터뷰] 김효진 작가

- 경험이라고 하는데?

고등학교때 친했던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와서 분한(?)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너무 조건 좋은 멋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왠지 분했습니다. 극중 우황청심원은 제가 예전에 즐겨 마셨고요. 콘돔 사용법은 과외 했던 고2남자애들이 저한테 사용법을 알려달라기에 '당황하면 지는 거다'라는 심정으로 설명했습니다. 애인 미니홈피 비번 찾는 건 모든 사람들이 다 한 번씩 해본 일 아닐까요?

- 여자 29살의 사랑, 우정, 결혼이란?

지금은 31살이라… 세 마리 다 잡으려고 하면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세 번째 앙콜공연의 힘은?

우선 관객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려요. 보신 분들이 또 보러 오시고 소문도 많이 내주셨어요. 또 매번 배우들이 너무 잘해주셨고 스태프 분들 역시 많이 애정을 가지고 작업을 해 주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무엇보다 공감이라는 게 참 큰 거 같아요. 다들 한번쯤은 겪어봤지만 말로 소리 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직접 하니 관객분들이 많이 공감하시는 거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공 연 명 : <오월엔 결혼할꺼야>
공연장소 : 대학로 예술마당 2관(총200석)
공연기간 : 2009년11월22일(일)까지
공연시간 : 화~금 8시/토 3시,6시/일,공휴일 2시, 5시/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가격 : 전석 25,000원
러닝타임 : 90분(다소 초과함)
관람연령 : 만13세 이상 관람가
제    작 : CJ엔터테인먼트/ 나온컬쳐㈜

2009.10.31 13:00ⓒ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공 연 명 : <오월엔 결혼할꺼야>
공연장소 : 대학로 예술마당 2관(총200석)
공연기간 : 2009년11월22일(일)까지
공연시간 : 화~금 8시/토 3시,6시/일,공휴일 2시, 5시/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가격 : 전석 25,000원
러닝타임 : 90분(다소 초과함)
관람연령 : 만13세 이상 관람가
제    작 : CJ엔터테인먼트/ 나온컬쳐㈜
#오월엔결혼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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