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시험은 잘못이지만 그래도 합격은 합격이다는 게 말이 됩니까. 초등학생도 설득시킬 수 없는 논리입니다."
광주전남언론노조협의회와 광주전남민언련 등 이 지역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은 29일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한나라당 광주시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를 규탄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술 먹은 것은 잘못이지만 음주운전은 괜찮다'는 식의 해괴망측한 결론"이라며 "법의 마지막 보루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국민을 우롱하고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헌재의 판결로 이제 거대 보수신문과 재벌이 방송에 뛰어들어 거대한 권·언동맹이 가능해졌다"며 "이후 민영미디어렙까지 도입되면 지역 언론은 물론이고 지역경제와 문화까지도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고 헌법재판소가 억지 논리로 손들어준 이 사태는 두고두고 민심의 역풍에 휩싸일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기나긴 미디어법 원천 무효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각 단체대표들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광주드림>은 30일 '헌재의 이상한 미디어법 판결'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며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이에 앞서 전북미디어공공성위원회도 29일 '법과 국민을 우롱한 헌재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수치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헌재의 판결은 국민과 법을 기만하고 우롱한 처사다.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헌재의 판결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며 "미디어법은 이미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소수 족벌신문인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을 넘겨주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미디어법에 대해 전국민의 60% 이상이, 언론학자 및 언론계 종사자 70% 이상이 반대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헌재는 해괴망칙한 논리로 미디어법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했다.
대전·충청지역에서도 헌재의 결정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다. 29일 대전충남언론공공성수호연대는 '헌재의 언론악법 권한쟁의 심판청구 최종 선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에 사망 선고한 헌법재판소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반문도 이어졌다.
"갈 때까지 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법치주의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지켜내야 할 헌법재판소가 어찌 이럴 수 있는가?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용도폐기 처분하는 결정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는가? 특히 언론악법은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던 악법중의 악법이 아니던가?"
성명은 또한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언론의 사망을 선고한 헌재 결정을 국민의 이름으로 거부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해 국민들이 나설 것이다. 이후 벌어질 국민들의 불복종 운동은 전적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책임임을 못박아둔다"고 경고했다.
이날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충북민언련)도 '헌재결정에 대한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평가했다. 충북민언련은 이어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에 대해 듣도 보도 못했던 관습헌법을 들어 위헌 판결을 내렸던 헌재가 국민들의 상식을 거스르는 판결을 또 다시 내리고 말았다"고 혹평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언론악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여론의 다양성, 지역성, 공익성을 보장하지 않는 언론법을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려는 듯 <중도일보>는 30일 배재대 법대 김종서 학장이 쓴 '민주주의에 사망 선고한 헌법재판소'란 제목의 특별기고를 실어 주목을 끌었다. 김 학장은 글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 그야말로 '법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강변할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이런 것도 법리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민들의 상식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사이비'법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그의 혹평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법치주의를 그토록 강조하던 이들이 스스로 위헌 위법에 앞장서서 입법절차를 유린한 것은, 법치주의의 부정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이었다. "권한침해는 인정, 법률안가결선포는 유효"라는 헌법재판소의 뒤틀린 결정은 이런 불법과 편법을 제도적으로 바로잡을 기회마저 날려 버렸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 정치와 사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교훈을 남겼다."
[인천·경기]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짓밟아 버린 판결"
헌재 결정 이후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경기민언련)은 29일 즉각 성명을 내고 비난을 가했다.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오판은 온 국민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란 제목의 성명에서 경기민언련은 "오늘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에 관한 판결은, 시민들이 갖고 있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짓밟아 버린 판결"이라고 규정지었다.
"과거로의 회귀"라고 표현한 성명은 이어 "이번 판결로 민주주의는 헌법재판소가 지켜주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면서 "'헌법'에 근거한 판결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으로 헌법재판소의 권위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명은 "불법적인 행위로 통과시킨 법률이 유효하다는 황당한 판결을 시민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조중동을 비롯해 방송과 언론장악에 여념이 없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쾌재를 부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터넷신문 <인천뉴스>는 이날 '미디어법 사실상 유효-시민사회 반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각계 목소리를 신속하게 전했다. 기사는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미디어법 유효판결은 헌재의 독립성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며 "헌법재판소가 독립성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임에도 국가의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마다 애매모호한 판결로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또는 구태정치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거듭한다면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는 비판의 소리를 덧붙였다.
기사는 이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성명을 통해 '굳이 헌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절차적 정의는 법 정신의 요체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요건'이라며 '법 절차를 무시한 행위와 행위에 따른 결과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할 수 없고 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는 내용도 전했다.
[강원·제주] "헌재가 내린 결정, 법리적 판단 아닌 정치적 판단 '무효'"
<강원도민일보>는 30일 "헌재 결정은 정치적 판단"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헌재의 미디어법 유효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미디어법 저지 투쟁에 나섰던 민주당 최문순(비례) 의원의 발언을 무게 있게 다뤘다.
기사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최 의원은 '오늘 헌재가 내린 결정은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며 "헌재도 이들 악법의 날치기 처리과정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이 침해됐다는 것을 인정하며 절차상 위법이었다는 것은 시인했다"는 최 의원의 발언을 덧붙여 보도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비난 성명을 냈다. 31일 <한라일보>는 "미디어법 원천 무효"란 제목의 기사에서 제주지역언론노조협의회, 제주도기자협회, 언론분야 교수, 정당,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미디어공공성연대의 비난 성명을 자세히 전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 취지가 표결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를 국회 스스로 해소하라는 것임을 왜곡해, 마치 자신들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면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경고했다.
이처럼 헌재 결정 이후 지역이 들끓는 이유는 하나다. '과정은 위법이나 결과는 합법이다'라는 판결이 그동안 우리 사회를 떠받쳐온 민주주의와 윤리의 밑바탕마저 허물어버린 실망과 허탈감 때문이다.
2009.11.02 10:3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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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롱한 헌재 결정, 대한민국 법치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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