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부평을)
한만송
-GM대우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홍영표 의원 = GM대우의 미래에 대해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GM의 견해차가 존재하지만, GM의 5000억 원 증자로 GM대우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GM대우를 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진전이다. 유동성 자금 확보 등 단기적 문제를 넘어 GM대우의 중장기적 생존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과거 대우차 해외매각 교훈과 최근 쌍용차 상황,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까지 염두에 둔 대안이 필요하다. 자칫 GM과 산은의 협상에서 잘못 없이 일만 열심히 해 온 국내 직원들의 구조조정이 먼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년 초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유동성 자금관련 협상을 넘어 GM대우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한다."
- 산은은 GM대우에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기에 앞서 선결조건으로 ▲GM의 유상증자 규모 확대 ▲대출금에 대한 GM의 지급보증 ▲국내 개발 차량의 라이선스 공유 ▲5년 동안 GM대우 생산물량 보장 등을 GM에 요구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현 상황에서 산은이 일방적인 자금지원보다 최소한의 전제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맞다. 언론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알려진 선결조건 외에 협상과정에선 더 많은 비공개 사안이 포함돼있다. GM은 뉴(New)GM 재편 이전부터 계열사를 둔 각국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선결조건 중 몇 가지를 수용하느냐가 아니라,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장기적인 존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를 GM이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원활치 않을 때는 독자생존 방안도 필요하다. 다만, 민영화 추진 중이지만 국책은행인 산은이 재무파트에 공동 참여하려고 하고 있는데, 기업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면밀히 검토해야한다."
- GM대우는 '지역총판제'로 내수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내수시장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중·소형차 불공정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할 사항으로 그 결과에 따라 유지 혹은 재검토가 필요하겠지만, GM대우의 중장기적 비전을 위해서는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해 GM대우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단순한 마케팅의 변화보다 한국시장에 맞고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신차 개발로 경쟁할 때만이 수출은 물론 내수가 살아난다. 신기술의 새로운 차종의 출현 없이 새로운 경쟁방식을 도입하는 마케팅의 변화만으로 내수가 살아나기 어렵다."
- GM이 장기적으로 GM대우를 포기하고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인도 공장으로 소형차 생산기지를 옮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GM대우를 삼성이나 포스코가 인수, 쌍용차와 삼성르노자동차를 합병, 현대차와 경쟁관계를 형성해야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GM은 중·소형차 중심의 기존 전략으로는 GM대우가 가지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벤츠, 도요타, BMW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를 경쟁목표로 삼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GM대우를 진정한 경쟁력이 있는 회사로 회생시키는 것이 우선이고, 그런 이후에나 인수나 합병과 같은 대안이 검토돼야 한다."
-'GM대우 인천사랑' 운동이 인천에서 큰 실효성이 없다. GM대우가 향토기업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는 판매전략 또는 지역사회의 차사주기 운동 차원이 근본적인 내수 확대 방안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지역 내 향토기업에 대한 소비진작 사업을 펼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기업의 구성원이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동질성에 기반을 둔 것이다.
GM대우는 지역사회와 어떤 공동체적 활동을 해왔는지 되짚어서 '기업 메세나' 사업을 넘어 전향적인 각종 지역사업을 추진해 지역사회가 감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도 이벤트가 아닌 정책적으로 가능한 지원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령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할인 판매, 낮은 이율의 리스 금융상품 제공 등이다."
-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국감에서 "GM대우 측에서 자신들의 경영 잘못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으며, 산은 행장도 "GM 측의 진정성 없는 투자와 보장 없이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GM대우는 선물환 환헷지로 인해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혀 유동성에 어려움을 자초했으나, 경영진은 책임성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외국기업이라 해서 경영의 문제로 인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현 GM 본사 임원 다수가 한국에 근무하는 등 환헷지 문제 말고도 경영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GM은 자신에게 유리한 논리로만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자구책 마련에 책임을 갖고 경영개선 노력을 보여야한다. 다만 서비스센터 매각 등은 자동차시장의 필수적인 AS사업을 포기하란 것으로, 절대 추진되어선 안 된다."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M대우의 규모를 축소해야한다는 등 구조조정 필요가 제기되기도 한다. "늘 기업이 위기에 닥치면 노동자에게 책임이 전가됐다. 경영진은 사법처리를 당하거나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는 생존의 문제에 휩싸였다. 유동성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GM대우의 규모 축소가 거론되는 것은 책임 전가밖에는 안 된다. GM대우의 생존을 넘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설계가 이뤄져야하고, 그것이 앞서 거론한 제 주체들의 참여와 합의로 준비돼야한다. 구조조정 역시 그런 합의 속에 이뤄진다면 모를까 일방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추진된다면 큰 갈등으로 번져 경쟁력을 상실하는 요인이 된다."
-GM대우에 대해 추가적으로 밝히고 싶은 의견이 있으면? "GM 임원들에게 늘 '본사는 우리 GM대우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만의 노사문화, 숙련된 노동자를 통한 노동생산성 구현 등 그들의 사고로만 판단해서는 안 될 특별한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장점으로 활용하길 당부하고 싶다. 또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고 GM 계열사 중 우수한 경쟁력을 입증한 GM대우에 그에 상응한 경쟁력 확보방안을 제시하는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를 슬기롭게 풀어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아 세계를 누비는 자동차가 우리 부평에서 계속 만들어지길 바란다."
조진형 "물량확보ㆍ라이선스 공유 요구는 경영권 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