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권우성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이 넘어서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욱 또렷해졌다. 그에게 현재 한국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김 소장은 정부의 재정 적자와 나랏빚, 그리고 가계 빚을 꼽았다. 물론 부동산 버블에 대한 심각성은 그동안 연구소에서 꾸준히 제기해 왔던 문제였던 만큼,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 예전에 김 소장께서 시평에서 정부의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 급증으로 화폐적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는데?"(잠시 생각하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가? 전형적인 탁상통계의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실제 우리가 느끼는 물가는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이미 2배 이상 올랐다고 본다."
특히 폭증하는 국가채무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나랏빚이 심각한 수준이며, 정부가 버틸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국가 채무가 심각한 상황이죠. 정부의 재산이 지난 97년 이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요. 정부는 공기업이든, 뭐든 국유 재산을 매각해놓고, 이를 국가 수입을 잡지요. 이것으로 마치 국가 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나라가 아주 빠른 속도로 가난해지고 있는 셈이죠."김 소장은 이어 "여기에 정부채권(국채)을 발행하고, 적자재정을 펼치면서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또 정부가 공기업을 앞세워 돈도 안 되는 대규모 사업까지 벌이는 것을 감안하면 잠재적 국가채무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탁자 위에 올려 있던 물컵에 입을 댔다. 그리곤 그의 말은 계속됐다.
"문제는 정부뿐 아니에요. 민간 가계들도 천문학적인 빚에 물려 있어요. 만약 지금 같은 경기 회복 추세라면 언젠가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겠지요. 지금 금리를 올리면 문제는 심각해질 거예요."그가 말하는 심각성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도 맥이 닿아있다. 더 들어보자.
"그동안 경기불황으로 정책당국은 터무니없이 기준금리를 낮췄고, 시중금리도 낮아졌죠. 덕분에 부동산 버블 붕괴도 일시적으로 지연되고, 일부에선 오히려 버블이 다시 쌓이기도 했지요. 문제는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면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는 사람들은 난리가 날 겁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 붕괴도 이어질 것이고…."이명박 대통령 만나게 된다면? "젊은세대 중심의 세대교체가 해결책"올 4월 그는 '설득력 없는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라는 제목의 시평(이 내용은 '끝나지 않은 경제위기'책에도 실려 있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고 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있는 지금 이 마당에 전국에 수많은 돈을 들여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4대강을 정비하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가 목매달고 해야 할 정도로 정말로 화급하고, 시급한 일인가"그래서, 물었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을 정말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건네실 것인가"라고. 김 소장은 그냥 웃었다. 이어 곧장, "왜 만나야죠?"라는 짧은 반문이 돌아왔다. 더 이상 말을 잇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앞서 언급한 시평에서 이미 답을 했다.
"대통령이야 자전거를 타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먹고 사느라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다. 자전거 타고 갈 여유가 없다. 국민에게 당장 화급하지도 않은 자전거 길과 4대강 정비보다 대중교통 수단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21세기에도 지속적인 성장과 새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진짜 친환경 녹색성장 정책을 펴주길 원한다."'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 '한국 최고의 중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를 자임해 온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나이도 이제 만 10살로 접어들고 있다. 김 소장 스스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거나 "계절이 바뀌고 나서야 '시간이 이 정도 됐구나'라고 느낄 정도였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연구소의 각종 보고서를 돈을 내가며 보는 유료회원들도 이미 수천 명에 달한다. 주요 경제부처 공무원을 비롯해, 증권사 관계자, 기업 CEO, 언론인까지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 상당수가 들어 있다.
또 일반 대중을 상대로 다음사이트에
김광수경제연구소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어 놓고, 회원들과 자발적 참여와 토론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곳 포럼에 가입한 회원만 해도 6만 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한국경제가 정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그동안 내놓은 시평 등을 통해서 그는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 소장의 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보죠. 그리고,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자식세대 중심의 세대교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봐요.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한국경제의 미래와 희망은 없다고 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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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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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복됐다면 당장 정부정책 바꿔야 나랏빚 폭증...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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