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은 할 수 있으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는 것은 안 된다. 1인 시위는 맞는데 피켓이 너무 많았다. 지지방문이긴 하나, 2명 이상 앉아 있었기 때문에 집회에 해당한다."
지난 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거리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연행한 경찰이 내놓은 법해석이다. 밥을 굶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큰 길에서 하면 안 되고, 1인 시위를 할 때도 피켓을 많이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지지 방문일지라도 2명 이상 함께 앉아 있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것이다.
경찰에 연행된 지 31시간만에 풀려난 최 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언론악법 위법확인 국회 재논의 촉구 범시민 단식농성' 집회에 참석해 이 같이 탄식했다.
지난 7월 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한 언론관련법(신문법, 방송법, IPTV법, 금융지주회사법)이 절차적으로 상당히 위법했지만 법 통과에 대해서는 기각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일선 경찰조차 자의적인 법해석을 늘어놓고 있다고 개탄했다.
벌써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최 위원장은 "혹시 공명심 때문에 내가 밥을 굶는 단식투쟁을 하는 게 아닌가 자성"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으로서 미디어악법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기록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해가 가기 전에 언론악법을 무효화 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의견이 수렴된 법안이 집행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밥 굶으면 잡혀가? 서울역 노숙자는? 결식아동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밥 굶는다고 경찰이 잡아간다면 서울역 노숙자들도 연행할 것이냐, 결식아동들도 모두 잡아갈 것이냐"며 "만일 최 위원장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밥을 먹었다면 이번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밥을 먹었다고 잡아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찬 이명박정부가 과연 주어진 5년을 온전히 마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몹시 당황스러운 정치적 파국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신문법과 방송법이 개악된 채 현실화 된다면 조중동에게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나 같다면서 결과적으로 이성이 마비된 정신착란 상태의 사람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꼴이라고 비유했다. 따라서 지금은 언론악법 무한투쟁을 벌여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이미 국회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상태"라며 "헌재가 원천무효를 선언한 언론악법을 국회가 폐기하지 않고 재논의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심판대 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 발의 나설 것"
민주당 '무효언론악법 폐지투쟁위원회' 위원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제 단식하는 것도 경찰과 검찰에 신고하고 허가받아 해야 하느냐"며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고 한탄했다.
박 최고위원은 "김형오 국회의장 스스로 MB언론악법의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겠노라 공언한 만큼 신문법과 방송법을 폐지하고 재논의하는데 모든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김형오 국회의장은 번복의 도사이기 때문에 그가 언제까지 자신의 공언을 책임질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두 번에 걸쳐 공언한 만큼 책임지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이성을 잃은 법 파괴행위를 일삼으며 국정수행이 아닌 범법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면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 발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철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이명박정권은 언론만 장악하면 영구집권이 가능한 것처럼 보고 있다"며 "그 마지막 결정판이 미디어법"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장은 "언론이 마지막 보루이자 촛불"이라며 "후안무치하고 잔인하고 악랄한 이명박정권이 우리를 길거리로 내쫓고 감옥으로 끌고 간다 하더라도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언론의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상재 위원장의 단식투쟁에 동조하는 시민 단식단은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비롯해 이날 약 207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와 한나라당 당사 부근을 돌면서 언론악법에 대한 위법성이 확인됐으니 국회가 빨리 재논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오후 6시 30분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미디어법 국회 재논의'를 촉구하는 시민문화제도 연다. 이날 촛불시민문화제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모임 아줌마, 민중가수 백자, EBS노래패 소리열음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2009.11.11 15:5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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