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지난 11일 끝난 5일간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총리가 보여준 모습은 두 가지다.
국회 무시(無視), 정국 현안에 대한 무지(無智), 준비되지 않은 무비(無備) 등 '3무 총리'의 참모습을 보여준 게 첫째다. 두 번째는 임명된 지 불과 40일 만에 완벽한 MB맨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출신 이윤성 국회 부의장 "이런 총리는 처음 봤다"정 총리가 국회에서 보여준 답변 태도는 여당의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대정부질문 5일 동안 그는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공개 경고를 받았다. 두 번 다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부의장에게서 받은 경고다.
그는 대정부질문 첫날인 5일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과 세종시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가 "장차관은 공부 좀 하시라"는 핀잔을 듣자 "그러면 국회에서 장관들 나오라고 하지 말고 실무국장들 불러라"고 비아냥거렸다.
정 총리의 답변을 들은 이 부의장은 "이런 총리는 처음 봤다"고 기막혀 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오늘 아침부터 처음이라 그런 것이라고 넘어갔지만 답변 태도나 부실한 답변 내용,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점잖게 경고했다. "(국무총리) 참모들은 뭐하냐"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태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대정부질문 세째날인 9일 정 총리는 이 부의장에게 또 한 차례 경고를 받아야 했다. 정 총리는 이날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가 "학생 대하듯 질문하지 말라"고 대들었다.
발끈한 한 의원이 "의장이 경고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이 부의장은 "국민의 대표 앞에 답변할 때 신중을 기하라"고 거듭 주의를 줬다.
731부대 묻자 "항일독립군인가요?"... 뒤늦게 무마했지만 '망신살'
정 총리는 자신의 전공인 경제분야 외에는 식견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압권은 '731부대' 발언이다. 대정부질문 둘째날인 6일 정 총리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으로부터 "마루타가 뭐냐"는 질문을 받고 "대강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731부대는 뭐냐"고 묻자 "항일독립군인가요?"라고 대답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뒤이어 그는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 질문 시간에 "급히 답변하느라 문장을 마치지 못했다"며 "731부대는 일본이 항일독립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던 세균전을 위해서 운영했던 부대"라고 황급히 정정했다. 하지만 당일 국회회의록을 보면 정 총리는 "항일독립군인가요?"라고 박 의원에게 분명히 되묻고 있었다. 논란이 되자 황급히 무마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또 세종시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가 슈뢰더 전 독일총리를 접견한 내용을 설명하며 "통일 독일도 본에서 베를린으로 행정부처를 옮겼다가 원상회복을 검토하고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본과 베를린 사이 거리가 얼마인 줄 아느냐", "당시 독일 수도였던 본의 인구가 얼마냐"고 구체적으로 반박하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망신만 사야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여부를 캐물으며 "서울대 총장이라고 과잉 홍보된 총리의 답변이 실망스럽다"고 몰아붙이자 그는 "서울대 총장 했다고 남북정상회담까지 다 알아야 되냐"고 되받기도 했다.
밑천이 드러난 정 총리는 "경제학만 공부하고 인문학은 공부 안 했네"(민주당 김성곤 의원), "팩트 파인딩(fact finding, 사실 확인) 좀 하고 오시라"(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는 야당의원들의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