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1.12 16:23수정 2009.11.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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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텐트'에 김제동씨가 출연하기로 한 것이 백지화 됐다고 하니, 권력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도대체 그 권력이 뭐기에 국민에게 웃음을 빼앗아가고, 한 사람의 인생조차 그 방향을 바꿔 놓는지 모르겠습니다.
흐르는 강물의 물길을 바꿔놓는다고 난리를 치더니, 한 개인의 인생조차 바꿔 버리려고 하는 그 권력이 참 무섭습니다.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휘두르는 권력이라, 우리는 종이호랑이를 보고 무서워하는 아기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김제동씨를 처음 본 것은 '김제동'이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제동씨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 윤도현 밴드 공연이 있었던 대구의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관객과 공연의 흥을 돋우는 사람으로 처음 만났었습니다.
당시, 윤밴 공연 기획을 맡았던 지인 배성혁씨(성우예술기획 대표,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의 초대로 우연히 윤밴 공연을 보면서 처음 김제동씨를 먼발치에서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유명했던 윤도현씨만 알았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김제동씨는 뭐하는 사람인지조차도 몰랐었습니다.
이름도 없었던 김제동씨는 윤밴 공연 시작 전과 공연 중간의 휴식시간에 무대 위로 올라가서 관객과 입담을 펼쳤는데, 그야말로 좌중의 배꼽을 쥐어흔드는 '신의 입담'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 짧은 10여 분간만큼은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사람처럼 제동씨에게 빠져 들곤 했었습니다.
관객을 무대 위로 올라오게 해서, 이것 저것 질문을 하고, 또 당황하게 만들었다가 또 다시 재미있는 순간 순간을 연출하는 그 순발력은 정말 공연이 끝난 후 윤밴 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게 했었습니다.
저 사람, 도대체 누구야?
(윤밴에게는 좀 미안하지만)공연을 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윤밴보다 '그 웃긴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더 많이 했었고, 그 사람을 기억하며 그의 짧은 공연(?)시간을 아쉬워했었습니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김제동씨는 공중파 방송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이어 모 개그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대중 앞에 서는 법'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었는데 그것은 모두 그가 무명때 이뤄 놓은 경험담이었습니다. 이후 제동씨는 너무 유명인이 되어서 이제는 윤밴 공연장 등에서 다시는 못 만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김제동씨를 다시 만날 기회는 또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경북 구미의 한 행사장이었습니다. 2004년 수능시험이 끝난 11월 24일이었습니다. 구미의 고3 수험생 3천여 명이 체육관에 모이는 '난장'이라는 행사장에서였습니다. 그 행사의 주제는 '아름다운 이별,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 였습니다.
가수 체리필터와 김쌤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홍식씨도 함께 했었습니다. 그 행사에서는 '폭력없는 학교'에 상도 주어졌고, '자녀 안심하게 학교 보내기 운동'이라는 캠페인도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후배님 수고했습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라는 청소년 어울마당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했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데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서 좋은 사람이 돼서 정말 좋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보제이~"하고 외치던 제동씨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수험생들에게 멋진 싸인을 남겨야 한다며 커다란 종이에 휙~ 휙~ 하며 멋진 글을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 흘렀습니다. 오늘 수능 시험일에 문득 제동씨가 그때 남기고 글이 생각나서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어요^^
5년 전 김제동씨와 함께 했었던 그 고3 수험생들은 이미 대학생이 되었거나 사회인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희망에 벅차 있던 그 청소년들에게 선배인 우리가 보여주었던 것은 무엇이고, 또 보여줄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은 흐르고, 만남이 있으면 또 이별이 있다고 생각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권력이 우리에게 이별을 강요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우리가 수험생들에게 '좌절금지'라고 외치듯, 제동씨에게도 우리가 '방송금지'라고 먼저 외치려고 합니다.
공연장에서 무명으로 명성을 날렸을 때도 우리는 늘 제동씨 곁에 있었고, 유명인이 된 지금도 늘 우리는 제동씨 곁에 있습니다. 보이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마음 가는 것조차 막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제동씨에게 보내는 마음이 바로 수험생들에게 말했던 바로 그 '아름다운 이별, 새로운 만남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수능시험이 끝나는 수험생들에게 다시 한번 힘차게 응원의 목소리를 외쳐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 지난 시절 청소년들에게 약속했던 희망의 한마디를 통해, 제동씨는 그들을 잊지 않았고, 우리도 제동씨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데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서 좋은 사람이 돼서 정말 좋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보제이~" 하고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2009.11.12 16:2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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