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RYU그는 ‘EDWARD RYU’라는 이국적인 예명을 가지고 있었다.
국은정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쌍리 갤러리에서는 젊은 작가 유성하씨의 여섯 번째 개인전 'EDWARD RYU's Vogue Girl Story'가 열렸다. 그는 'EDWARD RYU'라는 이국적인 예명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는 작품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데, 그래서 붙여진 듯한 작가의 다른 이름은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준 그림 속 인물들의 이미지들을 무척 닮아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 뚜렷한 윤곽선,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구도의 작품들이 방문객을 먼저 맞았다. 지역에서 전시회를 즐겨 다녀본 사람들에게조차 다소 생소하고 파격적인 이미지로 다가왔을 작품들 속에는 하나같이 도도해 보이는 여자들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앞서서 예상했던 이미지들이 깨어지는 아찔함을 추스르고 다시 그림 속 화려한 그녀들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작품을 이해할 단서를 찾기 위해서 머릿속에 뒤엉킨 기억 조각을 찾아보다가 문득 얼마 전 비자금 사건으로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화제 속 그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떠올랐다. 하나 더 꼬리를 물고 떠오른 이름은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워홀'이다. 작가는 자신의 또 다른 분신 'EDWARD RYU'의 작품 역시 팝아트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우리에게 이렇게 낯선 그림 이미지들이 서양에서는 이미 1950, 60년대를 풍미했던 과거 속 사조라는 설명까지 듣고 난 후, 지역에서도 무척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이곳 대전에서 맞닥뜨린 이번 전시는 생각할수록 더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는 분명 하나이지만 서로 다른 두 개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각각의 개별화된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이 지구 위 사람들은 어쩌면 수많은 과거와 현재, 미래들이 복잡하게 뒤섞인 공간속을 살면서 서로에게 각자가 인식하는 다양한 시간의 화법을 가지고 대화를 거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지구와 멀리 떨어진 행성에 사는 존재와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그림들은 다소 엉뚱하고 발칙한 생각들을 불러오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