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어머니의 몫
.. 물을 조달하는 일은 우리들도 손을 보태기는 했지만, 태반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 《김담-그늘 속을 걷다》(텍스트,2009) 26쪽
"물을 조달(調達)하는"은 "물을 길어 오는"이나 "물을 떠 오는"으로 다듬고, '태반(殆半)'은 '거의 다'나 '거의 모두'로 다듬어 줍니다.
┌ 어머니의 몫이었다
│
│→ 어머니 몫이었다
│→ 어머니한테 주어진 몫이었다
└ …
어머니한테 주어진 몫이란, 말 그대로 "어머니한테 주어진 몫"입니다. 어머니가 할 일이란, 말 그대로 "어머니가 할 일"입니다. 어머니가 나누는 사랑이란, 말 그대로 "어머니가 나누는 사랑"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은 말 그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어머니의 몫"이나 "어머니의 일"이나 "어머니의 사랑"처럼 말하고 맙니다.
"어머니한테 주어진 몫"처럼 적으면 길지 않느냐 싶으면 "어머니 몫"이라 적으면 됩니다. "어머니가 할 일"처럼 적으면 늘어지지 않느냐 싶으면 "어머니 일"이라 적으면 됩니다. 굳이 "어머니가 나누는 사랑"처럼 적지 않아도 된다 싶으면 "어머니 사랑"이라 적으면 됩니다.
┌ 어머니 밥
└ 어머니가 드실 밥
어머니가 읽을 책이기에 "어머니가 읽을 책"이요, "어머니 책"입니다. 어머니가 신을 신이기에 "어머니가 신을 신"이요, "어머니 신"입니다. 어머니가 지내는 집이니 "어머니가 지내는 집"이요, "어머니 집"입니다.
┌ 어머니 자리
└ 어머니가 있던 자리
어머니가 품는 생각이라 "어머니가 품는 생각"이요, "어머니 생각"입니다. 어머니를 그리는 생각이라 "어머니를 그리는 생각"이요, 다시금 "어머니 생각"입니다. 이를 "어머니의 생각"처럼 적으면 어떤 생각을 가리키는 셈이 될까요.
올바르게 살피고, 알맞게 다스리며, 살뜰히 펼쳐야 할 말입니다. 입으로만 욀 어머니 생각이 아니고, 겉핥기로 지나칠 어머니 마음이 아니며, 눈감거나 등돌릴 어머니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스스럼없이 껴안고 넉넉하게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ㄴ. 어머니의 전화, 어머니의 목소리
.. 지난해 이맘때쯤 친정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황희 엄마가 생각나더구나 … 잡초를 베고 들어와 저린 팔을 주무르고 있다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는데, "얘야!"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만 울음이 터지고 말았대. 전화기 저편에서 어머니의 "얘야!"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 《강분석-씨앗은 힘이 세다》(푸르메,2006) 124∼125쪽
'잡초(雜草)'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잡풀'이라 다듬어도 됩니다. '순간(瞬間)'은 '그때'로 손보고, '계속(繼續)'은 '자꾸'로 손봅니다. "자기(自己)도 모르게" 또한 그대로 두어도 되나, "저도 모르게"나 "얼결에"나 "갑자기"나 "불현듯"이나 "문득"으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 친정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o)
└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는데 (x)
보기글을 찬찬히 살피면, 앞줄에서는 '-에게서' 토씨를 알맞게 넣었습니다. 그렇지만 뒷줄에서는 '-의'토씨를 넣고 맙니다. 전화는 아무개'한테서' 받는데, 이와 같이 '-한테서' 또는 '-에게서'를 올바르게 붙이는 사람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은 어떤 토씨를 붙여야 하는지를 모르는 분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줏대가 없이 흔들립니다. 글치레를 하려고 하다 보니, 글멋을 부리려고 하다 보니, 외려 스스로 글흐름을 거스르면서 얄궂게 되고 맙니다. 자꾸자꾸 '어머니의 무엇무엇'을 되풀이한다고 글맛이 살거나 글멋이 나지 않는데, 자꾸자꾸 토씨 '-의'에 매이며, 우리가 알맞고 바르게 붙여 온 토씨를 잊고 말투를 잃습니다.
┌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 어머니 목소리를 듣는 그때
│
├ 어머니의 "얘야!" 소리가
│→ 어머니가 "얘야!" 하는 소리가
└ …
내 생각을 보여주는 말이라 한다면 좀더 생각을 깊이깊이 하면서 말을 가누어야지 싶습니다. 내 생각을 나누려는 글이라 한다면 더욱 생각을 널리널리 하면서 글을 곱씹어야지 싶습니다.
괜스런 치레가 되는 말이 되지 않는가 살필 노릇입니다. 억지스런 꾸밈이 되는 글이 되지 않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르게 하라던 옛말이 있습니다만, 생각이 옳아도 말을 바르게 할 노릇이요 생각이 그릇되어도 말을 바르게 할 노릇입니다. 따뜻한 생각이든 차가운 생각이든 어떠한 생각이든 말을 바르게 해야겠지요.
┌ 어머니의 사랑 / 어머니의 품 / 어머니의 손수건 (x)
└ 어머니 사랑 / 어머니 품 / 어머니 손수건 (o)
내 삶을 바르게 추스르며, 내 생각을 바르게 가다듬고, 내 말을 바르게 갈고닦는 우리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말을 사랑해 주고, 우리 어머니를 아끼는 매무새로 우리 글을 아껴 주며, 우리 어머니를 믿고 기대듯이 우리 삶을 담는 이야기를 믿고 기댈 수 있는 나날을 꿈꾸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1.13 18:0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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