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 하죠?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박선희의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등록 2009.11.14 11:56수정 2009.11.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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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겉표지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겉표지 ⓒ 비룡소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겉표지 ⓒ 비룡소

고등학교 1학년 강호는 이른바 '불량학생'이다.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가 걸린 적도 있고 학교를 나오기 싫으면 마음대로 안 나온다. 선생들이 무슨 말을 하면 조용히 듣는 법도 없다. 그리고 강호는 공부를 못한다. 그러니 선생들이 그를 좋아할 리가 없고 불량학생이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면에 외고에서 전학 온 도윤은 선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말도 잘 듣고 선생들에게 말대꾸하는 법도 없다. 무엇보다도 공부를 잘한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명문대에 진학할 것처럼 보인다. 선생들이 그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 모범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

 

전학생 도윤은 강호의 옆에 앉게 된다. 담임선생은 강호에게 좋은 친구니 잘 지내보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선생은 몰랐지만 둘은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한때는 '절친'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왕따를 시키던 관계이기도 했다.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부류'가 다른 그들, 그들은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표정들을 보건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는 두 명의 고등학생을 통해 청소년들의 열정과 희망을 말하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기성세대가 말하는 것에 반대되는 것을 말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청소년들에게 하는 말은 소설 속에서도 자주 나오듯 "지금은 공부만 해. 대학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청소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모범생 도윤은 반발심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따른다. 그것이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량학생이라고 불리는 강호는 어떤가. 그에게는 '오토바이'와 '기타'가 있다. 어른들은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안 좋은 것들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강호는 면허증을 따고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운전을 한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것, 그것에서 이미 강호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기타를 배우는 건 어떨까? 그가 기타를 배우는 건 공교롭게도 선생의 집이다.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없다. 오히려 열정을 쏟고 싶은 것을 먼저 찾았고 그것으로 즐거워하고 있을 뿐이다. 도윤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나도 다르다. 삶에 만족하는 정도가 선생들의 평판이나 학교 성적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는 그렇게 다른 두 명의 청소년이 '밴드부'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그러면서 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적인 묘사의 생생함이 눈에 띈다. 어른들이 쓰는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현실인양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고 있다.

 

클럽 문화나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생생하다. 사실적이며 또한 구체적인 것이다. 그들이 세상을 대하면서 겪는 감정에 대한 묘사도 사실적이다. 덕분에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의 이야기는 활기차다. 또한 강호와 도윤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도 소설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제법 읽을 맛이 나는 청소년 소설인 셈이다.

 

어른들에게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생각해야 할 것들을 현실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청소년 소설답게,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으면 좋은 소설이다.

2009.11.14 11:56ⓒ 2009 OhmyNews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박선희 지음,
비룡소, 2009


#박선희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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