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8) 천성적

― '천성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요', '천성적으로 사람이 좋아' 다듬기

등록 2009.11.14 18:01수정 2009.11.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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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천성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요

 

.. 천성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요 ..  《눈 밖에 나다》(휴머니스트,2003) 33쪽

 

 '음악(音樂)'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노래'로 다듬어 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모조리 '음악'과 '미술(美術)'로 되어 있습니다만, 우리는 '노래'와 '그림'이라는 틀거리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어요. 흔히 잘못 생각하기로, '노래'와 '그림'이라 하면 틀이 좁다고 여기는데, 우리가 넓게 쓰려고 하지 않으니 자꾸 좁아진다고 느낄 뿐입니다. 꾸준하게 쓰면서 알맞는 자리를 넓혀 나가지 않으면서 우리 삶과 말을 깎아내리는 동안에는 삶굴레에도 갇히고 말굴레에도 갇힙니다.

 

 ┌ 천성적(天性的) : 타고난 성품의 성격을 지닌

 ├ 천성(天性) : 본래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

 │  - 천성이 착하다 / 그는 매사에 분명하면서도 천성이 부드러웠다

 │

 ├ 천성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요

 │→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해요

 │→ 옛날부터 노래를 좋아해요

 │→ 타고나기를 노래를 좋아해요

 └ …

 

 타고난 성격을 두고 '천성'이라 하고, 타고난 성격이 있는 사람을 가리켜 '천성적'이라 한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낱말을 쓰든 안 쓰든 국어사전 말풀이를 "타고난 성품의 성격을 지닌"처럼 적어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말은 "성격을 지니다"처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은 착한 성격입니다"라 해야 올바르지, "저 사람은 착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라든지 "저 사람은 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처럼 적으면 올바르지 않습니다. 잘못 쓰는 말투요, 어설픈 번역 말투입니다.

 

 한자말 '천성'과 '천성적'을 쓰고 싶다면 쓸 노릇이고, 이 낱말을 국어사전에 싣고 싶다면 실을 노릇입니다. 다만, 말풀이는 "천성 : 처음부터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으로 적어 놓고, "천성적 : 타고난 성격인"으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 어릴 적부터 / 어릴 때부터 / 어린 날부터

 ├ 아기 때부터 / 아이 적부터

 ├ 엄마 배속부터 / 엄마 배속에서도

 └ …

 

 말풀이를 곰곰이 따져 보았다면, "천성이 착하다"는 "타고나기를 착하다"나 "워낙 착하다"로 고쳐써야 알맞음을 느끼리라 봅니다. "천성이 부드러웠다" 또한 "타고나기를 부드러웠다"나 "워낙 부드러웠다"로 고쳐써야 알맞음을 느낄 테고요.

 

 ┌ 천성적으로 타고나야 되나요 → 처음부터 타고나야 되나요

 ├ 천성적으로 재능이 있어야

 │→ 타고나기를 재주가 있어야 / 처음부터 재주가 있어야

 ├ 천성적으로 결벽을 좋아하는

 │→ 타고나기를 결벽을 좋아하는 / 어릴 때부터 결벽을 좋아하는

 └ 천성적으로 밝은 성격 → 워낙 밝은 성격 / 옛날부터 밝은 성격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이란, '처음부터' 몸에 깃들거나 밴 성격이나 성품입니다. 처음부터 몸에 깃든 성격이나 몸에 밴 성품이라면, '오랫동안' 이어온 성격이나 성품입니다. '옛날부터' 그러한 성격이었고, '예전부터' 그 같은 성품인 셈이에요.

 

 문득 궁금해서 국어사전에서 '타고나다'를 찾아봅니다. '타고나다'는 국어사전에 실려 있고, 낱말풀이는 "어떤 성품이나 능력, 운명 따위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다"로 되어 있습니다. 다시금 '선천적(先天的)'을 찾아보니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이라는 뜻풀이가 달립니다. 그러니까, '천성적 → 타고나다 → 선천적 → 태어날 때부터'로 빙글빙글 돌고 돕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같은 말이요 같은 소리인데, 뒤죽박죽으로 쓰이는 노릇입니다.

 

 ┌ 타고난 / 태어날 때부터 (어찌어찌한)

 └ 천성적인 / 선천적인

 

 다만, '천성적'과 '선천적' 쓰임새는 같지 않습니다. 살짝 다른 대목이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타고난'과 '태어날 때부터 (어찌어찌한)'은 뜻이 거의 같아도 느낌이나 쓰임새는 살짝 다를 테지요.

 

 그리고, 때와 곳에 따라 여러모로 알맞게 풀어낸다면, 우리 깜냥껏 우리 모습과 삶을 한결 슬기롭고 싱그럽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ㄴ. 천성적으로 사람이 좋아

 

.. 그녀는 매우 반갑게 나를 맞았다. 그땐 그저 장사 수완이 좋고 천성적으로 사람이 좋아 가게를 찾는 손님이면 아무에게나 다 잘해 주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  《저문강-영혼을 빗질하는 소리》(천권의책,2009) 125쪽

 

 "장사 수완(手腕)"은 "장사 솜씨"로 다듬습니다. "인품(人品)이 좋아"나 "성격(性格)이 좋아"라 하지 않고 "사람이 좋아"라 적은 대목이 반갑고, '고객(顧客)' 같은 낱말이 아닌 '손님'이라는 낱말을 넣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 천성적으로 사람이 좋아

 │

 │→ 타고나기를 사람이 좋아

 │→ 워낙 사람이 좋아

 │→ 더없이 사람이 좋아

 │→ 그예 사람이 좋아

 │→ 언제나 사람이 좋아

 └ …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착한 마음이나 나쁜 마음을 배워서 타고나는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착한 어버이한테서도 궂은 마음을 품는 아이가 자라고, 궂은 어버이한테서도 착한 마음을 품는 아이가 자라기도 하니까요. 어버이가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고자 하여도 둘레 사람들 탓에 궂은 물이 들곤 하고, 어버이가 짓궂고 그릇되게 살아가고 있어도 둘레 사람들 때문에 착한 물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버이가 제아무리 곱고 바르게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살아간다 할지라도, 어버이 둘레 숱한 사람들이 곱고 바르게 말을 안 하고 글을 안 쓴다면 아이 또한 이러한 모습에 차츰차츰 물들 수 있다고 느낍니다. 어버이가 얕은 생각과 매무새로 엉터리 말을 하고 멍텅구리 글을 쓴다고 해도, 어버이 둘레 수많은 사람들이 곱고 바르게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아이는 이와 같은 흐름에 조금씩 배어들면서 스스로 곱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어버이들은 어떤 매무새와 몸짓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요. 오늘날 이 땅에서 서로한테 이웃이 되는 우리들은 서로서로 어떤 매무새와 몸짓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참된 매무새일는지 거짓된 매무새일는지, 싱그러운 몸짓일는지 얄궂은 몸짓일는지, 아름다운 마음가짐일는지 짓궂은 마음가짐일는지 궁금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1.14 18:01ⓒ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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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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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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