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인 골육증 암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대구시립무용단 윤경호(36)씨가 서울에서 항암치료를 잠시 접어두고 16일 자신이 연습하던 공간인 시립무용단 연습실을 찾는다는 소식에 그를 만나러 갔다.
그는 예전에 건장하던 체구와는 달리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정신만큼은 건강해 보였다.
"제가 이런 휘귀병에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누나 따라 무용학원에 들렸던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무용을 배웠고 그 후 부산예술고를 진학해 현대무용, 동아대학교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현대무용을 전공하여 2000년에 대구시립무용단원이 된 것.
윤경호씨는 자신을 위해 후배들과 동료들이 이번 공연에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에 눈물만을 흘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후배들을 위해 참 자린고비처럼 돈도 쓸 줄 모르고 지냈는데 이렇게 후배들이 저를 위해 공연을 준비해 주니 참 고맙다"고 말하면서 "빨리 몸이 회복되어 후배들에게 제가 진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홍보와 기획을 맡은 김은지 단원도 연습장에서 연습할 스케줄을 확인 홍보전략, 홍보물에 대한 점검을 하느라 부산했다.
윤경호씨의 작품 <장미 없는 꽃집>에 안무보조를 맡은 박종수 단원도 윤씨의 공연에 앞서 "형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힘이 되어 암도 치료되고 형에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아빠 없는 딸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무용공연을 펼친다. 안무자 윤씨는 "제가 아파보니 돈만 위해 살았던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과 저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윤경호씨에게는 이번에 갖는 <장미 없는 꽃집>에 대한 무용작품이 첫 무대이다. 윤씨는 이번 무대에서 객원 안무자인 김민주(계명대 무용학과 출강)씨가 지도하고 있는 대구달구벌종합복지관의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무용반 아이들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고자 윤씨의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객원 안무자인 김민주씨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호 오빠가 우리의 공연을 통해 힘을 많이 얻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윤씨는 몇 번이고 기자에게 "후배와 동료들이 제 공연에 함께 해준 것에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자신이 병석에서 항암치료를 받을 때 직접 병문안을 와준 박현옥 상임안무가(대구시립무용단)와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대학시절 지도교수이자 이번 공연에 예술감독인 장정윤 교수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말미에 그는 기자에게 "내 나이 40이 될 때까지 들고(사람을 리프트하는 것을 묘사) 싶다"면서 후배들의 열정에 자신이 암과 싸우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윤경호씨는 현재 어려운 치료비 관계로 자신이 머물던 보금자리도 내놓은 채 지인집에서 기거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대구를 찾은 이날(16일 연습날)도 백혈구 수치를 높여주는 약물주사를 맡은 채 현장을 지키기까지 했다.
이번 공연에는 대구시립무용단원인 신인선, 김성영, 송경찬, 김분선, 박영현, 김인회, 배준석, 강현욱, 오찬명, 이재원, 권지애 단원이 함께 하며 트레이너에는 최상열, 무대감독 최은석, 조명감독 김도엽 외에 다수의 스텝들이 그의 공연에 힘을 보탠다.
대구달구벌종합복지관 무용단원으로는 김승연, 김민준, 장명윤, 김려주, 김소정, 이예진, 차예진, 최희연, 지효주, 황지원 등이 비장애인과 같은 무용수로서의 소질을 보여줄 예정이다.
단원들은 함께 연습실에서 동고동락을 하며 땀을 흘렸던 윤경호씨의 쾌유를 빌며 기꺼이 자신들이 시간을 내어놓으면서 윤씨의 어려운 환경에 치료비 마련에 보탬이 되고자 이번 무대에 나선 것.
<장미 없는 꽃집> 공연은 2009년 대구문화재단 기초예술진흥사업 젊은예술가 창작활동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대구문화 사랑티켓 참가작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22일 오후 7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릴예정이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사랑티켓(www.sati.or.kr) 혹은 전화문의(010-2510-9732)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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