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가 쉴새없이 나무를 쪼아대고 있습니다.
조정숙
나무줄기에 수직으로 붙어서 나선형으로 올라가면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나무꼭대기에 닿으면 날아서 다른 나무줄기로 옮겨가곤 합니다. 나무줄기에서 먹이를 찾을 때는 꼬리깃으로 몸을 지탱하고 앞뒤 2개씩 달린 발톱을 수피에 걸어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고 안정된 자세로 마구 쪼아댑니다.
그런 다음 수피와 마른 나무줄기에 날카로운 부리로 구멍을 뚫고 가시가 달린 가늘고 긴 혀를 구멍 속에 넣어 혀끝으로 딱정벌레의 유충 따위를 끌어내서 먹는다고 합니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는 나무껍질이 벗겨져 있습니다. 그 밖에 땅 위에서 개미를 잡아먹기도 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나무열매를 먹는다고 하네요.
어찌나 빠른지 딱딱거리는 소리가 산속의 정적을 깹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녀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입으로 나무를 쪼는 것도 음률이 있어 보입니다. 산속의 보컬 멤버 중 딱따구리는 드러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지나가던 새들이 열정적인 드러머의 반주에 맞춰 목청껏 노래를 부릅니다. 새들의 합창에 푹 빠져 황홀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체 발걸음을 돌리는 나그네에게 이름 모를 새들이 동무하자며 먼저 종종걸음으로 앞서 갑니다.
선운사에 도착할 즈음 절 좌측으로 보이는 녹차 밭에 녹차 꽃이 피었습니다. 은은한 색감의 녹차 꽃이 쌀쌀한 날씨를 잊게 해 줍니다. 선운사 뒤편에 동백나무에도 때 이른 동백꽃이 한 송이 피어 반겨줍니다. 동백나무숲사이에 있는 감나무에는 다양한 새들이 홍시를 쪼아 먹고 있습니다.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홍시를 보니 까치밥으로 남겨 두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달콤한 홍시는 까치만 먹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박새, 직박구리, 등 온갖 새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잘 익은 홍시를 포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