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례 선생님을 모신 신랑 신부
이윤기
이날 결혼식은 주례선생님이 여성이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였지만, 짧고 명료한 주례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은 별 의미없는 날씨 이야기, 구체적이지 않은 양가 집안 소개,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흔한 주례사 대신에 약 5동안 꼭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기, 서로 마주보지 말고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행복하고 슬기롭게 살기" 이런 말씀을 간명하게 전해주셨습니다.
짧은 주례사 대신에 신랑 신부가 자신들의 결혼식을 하늘에 고하는 '고천문'을 낭독하더군요. 두 사람이 살아온 과정,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겠다고 하는 다짐을 담은 '고천문'을 하늘에 고하면서 동시에 결혼식에 참석한 일가친지와 지인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약속하였습니다.
주례사, 고천문 낭독에 이어서 축하공연이 이어졌는데 남자 후배가 가요 한 곡을 축가로 불렀고, 두 번째 축가는 천년의 역사를이어 오는 우리 가곡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두 곡은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축하 노래였지만, 결혼을 축하하러 온하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작은 공연이기도 하였습니다.
장교 출신인 신랑의 ROTC 예도단 후배들이 준비한 결혼식퍼포먼스도 결혼의 의미와 재미를 더해 주더군요. 각각의 관문을 통화할 때마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기, 양가부모님께 큰 절하기, 뽀뽀뽀 노래에 맞춰 뽀뽀하기" 같은 의미가 담긴 재미있는 지시를 수행하게 하였습니다.
대개 결혼식에 가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됩니다. 축의금 내고, 지루한 주례사 듣고, 가끔 사진도 함께 찍고, 비슷비슷한 메뉴로 준비된 뷔페에서 식사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후배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과는 좀 달랐습니다.
고운 목소리에 인자한 표정의 여성 주례선생님이 건네는 따뜻한 '덕담'과 두 사람의 혼인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노래, 하늘과 세상을 향한 고천문...참 오랜 만에 남 다른 결혼식을 보니 참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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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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