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재료 '울금'을 아시나요?

울금 대량 재배 성공한 전남 진도 박경준·시우씨

등록 2009.11.25 09:51수정 2009.11.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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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금. 음식 카레의 재료로 쓰인다. 요즘엔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울금. 음식 카레의 재료로 쓰인다. 요즘엔 건강식품으로 인기다.이돈삼

'울금(鬱金)'이라는 게 있다. 인도와 아열대 지방에서 주로 자생하는데, 음식 카레의 원료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선 전라남도 진도에서 국내 생산량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이 울금이 대장암 세포를 죽이는 것은 물론 식중독 예방과 염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진도산 생울금과 이를 원료로 가공한 식품을 대상으로 기능성, 약리효과 등을 분석한 결과 울금의 주성분인 황금색의 커큐민에 항암 및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울금에선 품종에 따라 1∼5%의 커큐민 성분이 추출되는데, 연구 결과 커큐민 농도 50μM에서 대장암 세포 절반, 200μM에선 완전히 사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염증도 10μM에서 현저히 감소하고 40μM에선 거의 정상수준을 되찾았다고.

울금에서 추출되는 폐놀성 화합물도 식중독 원인균인 살모넬라와 비브리오균, 리스테리아균 등의 생육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울금을 식품에 첨가할 경우 보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 다양한 식품가공과 함께 항암작용에 따른 의약품 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몇 해 전, 텔레비전의 한 의학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암의 공포와 노인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을 막는 방법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는데, 그 방법은 울금에서 찾았었다. 울금의 커큐민 성분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독성을 분해한다는 것이었다.

카레를 날마다 먹는 인도에서 알츠하이머 환자가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한데, 학계에선 그 이유를 울금에서 찾고 있다.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 일대 역시 울금을 특용작물로 재배해 건강식품으로 애용하고 있다.

 울금의 대량 재배에 성공한 박시우 씨가 수확한 울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울금의 대량 재배에 성공한 박시우 씨가 수확한 울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이돈삼

이렇게 약용과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은 울금을 제품으로 만든 사람이 있다. 전라남도 진도에 사는 박경준(73)·시우(39) 부자가 그들이다. 이들 부자는 울금을 대량 재배한데 이어 가공식품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울금을 팔아 1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박경준 씨가 울금 재배를 시작한 건 지난 1995년. 간경화와 위장병에 시달려온 박 씨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울금을 접했다. 이후 꾸준히 섭취해 지병을 치료했다. 울금의 효능을 직접 체험한 박 씨는 소득작목으로 재배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도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사계절 해풍이 불어오고, 물빠짐도 좋은 토양이어서 품질도 좋았다.

그러나 울금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생소하던 시절이어서 팔릴 리가 없었다. 힘들게 농사를 지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가까운 이웃들에게 '한번 먹어보라'고 나눠주는데 그쳤다.


"울금은 신라부터 조선시대 중기까지 남원, 전주, 광양 등 전라도 일대에서 재배됐고, 정조의 제사에 울금떡과 울금주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등 내장에 쌓인 노폐물을 빼주는 기혈제이다 보니 평민들이 먹기엔 힘들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 씨의 얘기다.

 울금밭. 진도는 우리나라 울금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울금밭. 진도는 우리나라 울금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이돈삼

 울금꽃. 초가을에 핀다.
울금꽃. 초가을에 핀다.이돈삼

그러던 지난 2002년 처음으로 국내의 한 벤처 건강식품회사에 6000만 원 어치를 납품하게 됐다. 그 회사의 반응도 좋았다. 소득작목으로 키울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대처에 나가있던 아들 시우 씨를 불러들였다. 원료 확보에 필요한 작업장을 만들고 선별장, 저장고, 세척시설도 설치했다.

그리고 가공제품 개발에 온 힘을 쏟은 결과, 분말과 환 개발에 성공했다. 이의 소비를 위해 삼겹살이나 막걸리, 백숙 등에 뿌려먹을 수 있도록 먹는 방법도 직접 시험을 거쳐 개발, 보급했다.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 5년 동안 행사장이란 행사장은 다 쫒아 다녔습니다. 홍보가 우선이니까요. 한편으로는 방송국의 농촌프로그램 작가와 PD들한테 전화했지요. 울금 한번 소개해달라고…." 박시우 씨의 얘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울금이 언론매체를 타기 시작했다. 울금에 대한 인지도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갔다. 주문 전화가 폭주했다. 인터넷 서버가 다운이 될 정도였다. 주변 농가에서도 울금을 심기 시작했다.

이들 부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발효차와 미용팩, 미용비누도 개발했다. 여드름과 아토피 치료에 울금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친환경 콩과 고추를 원료로 한 울금된장과 울금고추장도 개발, 금명간 선보일 예정이다.

박시우 씨는 "울금분말이나 생울금을 음식에 넣으면 맛이 깔끔해지고, 밥을 지을 때도 울금을 조금 넣으면 영양가 높은 울금밥이 된다"면서 "울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앞으로 5년 안에 중견기업 수준의 매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경준·시우 씨 부자가 짓고 있는 울금밭. 전남 진도에 있다.
박경준·시우 씨 부자가 짓고 있는 울금밭. 전남 진도에 있다. 이돈삼

 울금밭. 진도 들녘의 또다른 풍경이다.
울금밭. 진도 들녘의 또다른 풍경이다.이돈삼

#울금 #박시우 #진도강황영농조합법인 #진도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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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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