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오전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앞에서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선포식이 마친 뒤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던 도중 경찰이 '차도에서 내려와서 불법 시위를 한다'며 3차례 경고방송 직후 곧장 연행작전에 돌입해서 남녀 대학생 49명을 강제연행했다. 홍익대 한아름 총학생회장이 삭발을 하고 있다.
권우성
80년대 초반 학번인 나는 대학 첫 등록금으로 67만 원을 냈다. 그리고 졸업을 할 때까지 한 학기 등록금은 거의 60만 원대를 유지했고, 등록금의 1/3은 장학금으로, 나머지는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을 할 수 있었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당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 달 평균 30만 원을 받았고, 두 달 아르바이트면 등록금을 낼 수 있었고, 장학금은 도서비로 사용했다.
운이 좋은 때는 그 이상을 벌어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조금 보태주기도 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자기 스스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는 일이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었다.
1989년 정부가 발표한 '대학등록금자율화조치' 이후 대학등록금은 급상승했으며, 현재는 중소기업 부장급 월급으로도 감당하기 벅찬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들이 두 달 정도 되는 방학 기간 중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한 학기 등록금을 충당하려면 사립대의 경우 매달 250만 원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5인 가족을 거느린 가장으로 부장 직급을 가진 나의 지난달 수입은 220만 원 정도였다. 그러니 일자리도 부족한 현실에서 대학생 신분으로 한 달 아르바이트로 250만 원을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알바해서 등록금 마련할 수 있었던 80년대, 2009년은?비록 80년대에 대학을 다니긴 했지만,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충당하고 도서비까지 마련할 수 있었던 시절의 대학등록금 정도가 거품이 없는 대학등록금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대학생의 현실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고 가정할 때 한 달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아르바이트 관련 인터넷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패밀리 레스토랑 서빙의 경우, 대학생 아르바이트 시급이 4300원으로 되어 있다. 하루에 5시간 근무를 한다고 했을 때 일급 2만1500원이고, 한 달에 64만 5000원을 벌 수 있다. 출퇴근 시간 2시간을 포함하면 아르바이트를 위해 한 달에 210시간이 들어간다. 부대 비용은 차치하고, 시간만으로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서 강도 높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달 수입 64만 5000원에서 교통비를 제하면 60만 원 정도, 활동비와 도서비 등 최소한의 비용 10만 원이면 알뜰살뜰 모아야 한 달에 50만 원이다. 그렇다면 대학생이 두 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을 수 있는 돈은 100만 원 정도일 것이다. 도서비를 빼지 않는다고 해도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적당한 한 학기 등록금은 100만 원이다.
물론 나의 계산법이지만, 2007년 OECD 통계로 비교해도 대학등록금 거품이 국공립대의 경우 한 학기에 130만 원, 사립대의 경우 4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게다가 2007년 이후 대학별로 총학생회의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이 있었지만, 꾸준히 오른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대학등록금 거품은 그 이상이다.
이런 대학 등록금 거품은 대학이 재원조달을 함에서 학생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데서부터 기인한다. 게다가 국립대학에 편중된 재정지원으로 전체 대학의 86%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국고보조금 지원율은 4~5%에 불과하다 보니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엄청난 등록금거품이라는 폭탄에 질식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 후 상환? 대학등록금 거품 먼저 제거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