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1.25 18:29수정 2009.11.25 18:29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명이 끝났는데, 질문을 2명만 받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질문을 왜 안 받는다는 거냐. 말도 안된다."
25일 오후 경남 함안문화예술회관 다목적홀. 이날 오후 2시경 시작된 '함안보 관련 설명회'에서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의 설명이 끝난 뒤 사회자가 2명만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설명회는 함안군이장협의회에서 마련했는데,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와 조성설 수자원공사 경남본부 차장이 설명했다. 지난 5일 함안민중연대가 연 설명회에서 박 교수가 낙동강 '함안보'로 인해 함안지역 상당수 지역의 지하수위가 상승해 침수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마을이장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연 것인데, 수자원공사도 참석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날 설명회는 박재현 교수가 20여 분, 조성설 차장이 20여 분씩 설명했다. 이후에는 마을이장들로부터 질문을 받을 예정이었다. 조 차장의 설명이 끝나자 사회를 보던 한정현 함안군이장협의회 사무국장은 "수자원공사 측에서 다른 일정을 이유로 질문을 받을 수 없다고 했는데 두세 명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장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며 웅성거렸다. 2명의 질문이 끝나자 박재현 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수자원공사의 설명을 반박하면서 설명했다. 그러자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4대강 정비사업 함안보 피해대책위원회' 실무자 이영곤씨와 한정현 사무국장은 "처음에 수자원공사는 박재현 교수가 없는 데서 질문을 받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나중에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그래도 질문은 있어야겠기에 마지막에 두 세 명만이라도 질문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회 뒤 바깥에서 방송국과 인터뷰를 한 조성설 차장은 "질문을 안 받겠다고 한 적은 없고, 박 교수가 없는데서 질문을 받겠다고 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 다소 흥분한 마을이장들은 설명회장 안팎에서 함안보로 인한 침수 우려에 걱정했지만,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박재현 교수 "정밀 조사해서 대책 세워야"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에 들어서는 함안보는 함안군 칠서면~창녕군 길곡면 사이 낙동강에 높이 13.2m 길이 953m로 설치된다. 함안보 관리 수위는 7.5m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미 가물막이공사에 들어갔다. 당초 기공식이 27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무기한 연기되었다.
박재현 교수는 함안보로 인해 남강·함안천·광려천의 수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 함안군 법수면 윤외리 4.0m ▲ 함안군 가야읍 묘사리 4.0m ▲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3.6m ▲함안군 산인면 내인리 2.3m의 지하수위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재현 교수는 "낙동강의 하천 연변에는 충적층이 잘 발달되어 있어 하천수와 지하수의 교류가 활발한데,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인해 설치하는 신설보로 인해 낙동강 인근 지하수의 변화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남강 합류지점에서 낙동강 하류 13km 지점에 들어서는 함안보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되는 남강과 함안천의 수위 상승으로 인한 함안군 지역의 지하수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구에는 1983년 미국 지질조사소에서 개발한 수치모델(Visual Modflow)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함안보로 인해 윤외리, 묘사리, 도항리, 내인리뿐만 아니라 함안·의령·창녕군의 영산면, 도천면, 칠북면, 칠서면, 대산면, 지정면, 법수면, 정곡면 일부 지역도 지하수위가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박재현 교수는 "보 설치 후에는 하천 수위 상승으로 특히 하천 인근지역에서는 지하수위 상승이 높았으며, 윤외리, 묘사리, 도항리, 내인리 지역은 2.3~4m 정도의 지하수위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구간에서는 현재 지반보다 높은 지하수위를 나타내는 구간이 발생되어 산업(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하수위의 상승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에 대하여 사전조사와 분석을 통한 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동안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경남도와 수자원공사는 함안보로 인한 지역의 습지화는 없다고 밝혀왔다. 박 교수는 "낙동강 주변 땅의 모래층이나 자갈층, 퇴적층 등의 자료는 환경부 조사 결과"라며 "경남도가 설명한 '투수계수'(토양에서 물빠짐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는 수리지질학적으로 볼 때 평균 투수계수로 사용 불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경남도는 침수 예상지역에 대한 지추조사와 지하수위조사, 지하수 사용량 조사 등 정밀조사를 해서 분석해야 하고, 정밀 조사 후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 "홍수기 때는 함안보 비워 놓아 피해 없어"
반면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본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먼저 최원석 본부장은 "4대강사업은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이다. 정밀하게 검토해서 지역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 정부의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피해 대책에 대해 앞으로 박재현 교수한테도 자문을 받아 가며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성설 차장이 설명했다. 그는 먼저 "문제제기에 감사 드린다"며 "충분하게 검토해서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거리부터 설명했다. 낙동강에 들어서는 함안보와 합천보(20공구) 거리는 43km, 함안보에서 남강 합류지점까지는 13km, 함안천까지는 24km.
그는 "우리나라는 퇴적층이기에 동일 재질로 구성된 게 아니다"며 "토사나 모래, 자갈, 점토 등이 불규칙하게 되어 있어 투수계수를 적게 잡는 게 일반적이다"며 "함안 침수 예상지역 4곳의 투수계수를 동일 조건으로 하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묘사리, 도항리, 내인리는 지하수 유동에 대해 시물레이션을 해보면 침수가 안되는 지역이며, 윤외리는 함안보 설치와 관계없이 침수 상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현장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설 차장은 "갈수기에 함안천은 건천이다. 홍수기나 집중호우 때는 함안보의 물을 비워 둘 것이다. 4대강사업의 목적이 홍수 예방이다. 낙동강 본류의 수위는 홍수 때가 되면 더 떨어진다. 그래서 주변 지역의 침수 조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함안천 주변의 제방은 보수공사를 하고, 침수 우려가 되거나 취약지역은 차수문을 설치해 물이 침투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양배수 체계를 개선해 배수시설을 이설하거나 보강공사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질문도 받지 않고 도망 가듯한 모습 보니 한심"
이후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박재현 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는데, 이에 조성설 차장은 "전문가다. 이 분야에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투수계수' 등에 있어 어떤 수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정부도 큰 사업을 하다 보면 세부적인 부분까지 찾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마을 이장은 "함안은 전체 338km에 걸쳐 제방둑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그만큼 저지대이기 때문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마을이장들은 설명회 뒤 박재현 교수를 붙잡고 자기 마을도 침수가 되느냐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수자원공사며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이 자기들이 사는 동네 같으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최석조 회장은 "앞으로 이장들과 협의해서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를 지켜본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이전에 4대강사업과 관련해 국토해양부나 수자원공사에 지역설명회를 열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그 때는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마을이장들이 어렵게 마련한 설명회에 와서 하는 행태를 보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설명회를 하려면 먼저 4대강사업 개요부터 설명하고, 문제제기를 들은 뒤에 수자원공사의 입장을 밝히고 질의응답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수자원공사는 질문도 제대로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명을 하다시피 한 뒤 마치 도망가듯이 가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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