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워싱턴 연락을 기다려야 하나?"

영국 국방장관, 아프간 파병 관련 미 대통령 비난

등록 2009.11.26 14:56수정 2009.11.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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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워싱턴의 연락을 기다려야만 하나?"

 

최근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 500명의 전투병력을 추가로 파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밥 에인스워스(Bob Ainsworth) 영국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영국 텔레그라프지의 보도에 따르면, 에인스워스 장관은 영국 하원 국방위 청문회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전략의 부재가 영국 국민들의 아프간 전쟁에 대한 지지를 저하시켰다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다음달 1일 미군추가파병을 비롯한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에 대해 언급하며 나온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늑장'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읽힌다.

 

전임 부시 대통령이 자신은 '교과서보다는 직감과 결단력'을 중시한다고 강조해온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감정보다는 객관적 정보'에 의존하는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아프간 치안지원부대 스탠리 맥크리스탈(Stanley McChrystal) 총사령관의 4만 명에 달하는 미군 추가파병 요청이 3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허가를 받는 것은 그런 오바마 대통령의 신중함을 잘 나타내 주는 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세력은 그의 '장고'가 신중함이 아닌 우유부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비난하기도 하는데 에인스워스 장관의 발언 또한 일견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 아프간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9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영국의 처지에서 볼 때 에인스워스 장관의 발언이 단지 오바마 행정부의 신중한-그리고 느린- 결정과정을 문제 삼는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출구전략' 수립 과정에서 배제된 '혈맹'으로서 소외감을 나타냈다고 보는 의견이 더욱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피터 스피겔(Peter Spiegel)은 미 행정부의 한 전직 인사가 '부시-블레어 시절에는 모든 문제에서 서로 의견 조율이 되었다'며 현재 미-영 간의 원활하지 않은 소통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으며, 영국 정부의 인사들 또한 '지금은 미국이 이 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대해 개인적인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8년이 넘게 남의 장기판의 '말'로 쓰이고 있는 자국군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미국의 결정만을 기다려야 하는 답답함은 타임스 온라인의 25일자 칼럼에서도 다뤄지고 있는데 '대서양의 표류'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미국의 결정만 기다리는 영국 정부의 망신'에 대해 비꼬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아프간 재파병 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훗날 '태평양의 표류'라는 제목의 칼럼이 나오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2009.11.26 14:56ⓒ 2009 OhmyNews
#에인스워스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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