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LG화학 여수공장 사회봉사단원, 100세대에 '사랑의 연탄' 2만장 전달

등록 2009.11.27 20:39수정 2009.11.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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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연탄 배달에 나선 LG화학 여수공장 직원들은 자신들의 봉사가 이웃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고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사랑의 연탄 배달에 나선 LG화학 여수공장 직원들은 자신들의 봉사가 이웃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고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조찬현
사랑의 연탄 배달에 나선 LG화학 여수공장 직원들은 자신들의 봉사가 이웃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고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 조찬현

여수 종화동의 이른 아침이다. LG화학 여수공장 사회봉사단원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전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산동네인 이곳은 대부분 연탄을 땐다. 마을 도로가에서는 제 한 몸 서민들을 위해 불사르고 하얀 재로 변한 연탄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조찬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조찬현

연탄아궁이에 의지하며 한겨울을 보내야하는 서민들에게 연탄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이다. 올 겨울 종화동 사람들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LG화학 직원들이 봉급을 쪼개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사서 전해준 연탄 한 장의 고마움을 얘기할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LG화학 여수공장 사회봉사단원들이 펼치는 사랑의 연탄나누기 현장에서 문득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시 한편을 떠올려본다.

 

"눈물이 나네요, 기쁘기도 하고... 너무 고마워요"

 

 "고생해서 번 돈을 이렇게 모아서 도와주니, 내 자식들도 못하는데 너무 고마워요."
"고생해서 번 돈을 이렇게 모아서 도와주니, 내 자식들도 못하는데 너무 고마워요." 조찬현
"고생해서 번 돈을 이렇게 모아서 도와주니, 내 자식들도 못하는데 너무 고마워요." ⓒ 조찬현

가파른 언덕길, 김중수(50·화성품공장 2AA)씨는 난생 처음 져본 지게가 버겁기만 하다. 다리가 뻐근하고 서투르지만 이웃들에게 자신의 봉사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고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홍여선(80)할머니는 홀로 산다. 40년을 홀로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서러움과 기쁨에 눈물을 보였다. 할머니는 난생 처음 연탄 200장의 선물을 받았다.

 

"눈물이 나네요, 기쁘기도 하고... 고생해서 번 돈을 이렇게 모아서 도와주니, 내 자식들도 못하는데 너무 고마워요."

 

 가파른 언덕길, 난생 처음 져본 연탄지게가 버겁지만 그래도 즐겁다.
가파른 언덕길, 난생 처음 져본 연탄지게가 버겁지만 그래도 즐겁다. 조찬현
가파른 언덕길, 난생 처음 져본 연탄지게가 버겁지만 그래도 즐겁다. ⓒ 조찬현

큰아들과 최근까지 함께 살았었는데 약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자식을 먼저 보냈다며 또 한 번 눈시울을 적셨다.

 

"남의 집에 살아, '언니 여기 와서 살어!'하며 사촌동생이 방 한 칸 빌려줬어."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나선 전진호(58. LG고무공장 계전3팀)씨는 연탄지게에 연탄을 나르다보니 소꼴을 베고 갈퀴나무 하던 고향 영암에서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며 옛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즐겁게 일하고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함께해서 좋은날이다. 이날(27일) LG화학 여수공장 사회봉사단원들과 종화동 주민들은 마음을 다독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서로에게 일깨워주었다.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스스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신동혁씨는 "자신의 손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스스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신동혁씨는 "자신의 손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조찬현
스스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신동혁씨는 "자신의 손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 조찬현

비좁은 골목길, 연탄창고도 비좁기는 마찬가지다. 간신히 사람하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한사람이 나오면 다른 한사람이 지게를 지고 들어가고, 연탄지게를 지고 있는 봉사단원들의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혔다.

 

할머니는 연탄 한 장이라도 깨뜨리면 애가 탄다. 집안 연탄창고에 수북이 쌓여가는 연탄은 안중에도 없고 깨진 연탄 한 장을 쓸어 담으며 안타까운 탄식이다.

 

다른 한편의 골목에서는 연탄 나르기 릴레이를 한다. 손에서 손으로 연탄이 전달된다. 장육남(69)할머니는 "공짜로 들여 준 연탄이지만 아껴서 땔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장 할머니집에 연탄을 나르던 신동혁(36.LG화학VCM혁신팀)씨는 스스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며 "자신의 손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연탄 나르기에 열심이다.

 

 세상살이 힘들어도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건 이런 사랑의 힘이 아닐까.
세상살이 힘들어도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건 이런 사랑의 힘이 아닐까. 조찬현
세상살이 힘들어도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건 이런 사랑의 힘이 아닐까. ⓒ 조찬현

사랑의 연탄은 LG화학 여수공장 임직원 2100여명이 십시일반 모은 사랑의 성금으로 구입했다. 이들은 봉급 통장에서 매달 1계좌에서 10계좌까지 사랑의 성금을 모으고 있다. 사랑의 성금 가운데 1400만원을 들여 연탄 2만장을 구입했다.

 

LG화학 봉사단 관계자는 지역의 소외계층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단위공장 자매결연세대와 노동조합 추천 세대 등 100세대를 선정, 세대 당 200장씩 전달하는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LG화학 여수공장 사회봉사단원들의 '사랑의 연탄'은 다음달 4일까지 계속된다. 100세대에 가구당 2만장이 전달될 예정이다. 연탄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진다. 세상살이 힘들어도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건 이런 사랑의 힘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1.27 20:39ⓒ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연탄 #LG화학 여수공장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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