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생방송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원안 수정으로 자신이 얻을 정치적 이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행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이날 민주당 등 야당과 한나라당 내에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공식사과가 전선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세종시 수정 찬반진영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27일 밤,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지금 바꾸는 게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더라도 사회 갈등과 혼란을 가져온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특별 생방송-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지난 대선 때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한 것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정치적 약속을 했으니 그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가) 약속한 것이 사실이니 일리가 있다"면서 "충청도민들이 옮겨달라고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충청도민 입장에서 보면 저를 포함해서 정치권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와 당시 이에 동의했던 한나라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거론한 것이다.
그는 대선 때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한 과정에 대해 "대선 때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표를 얻었을 수도 있는데, 정치를 오래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자꾸 바뀌어서 원안대로 하겠다고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해, 표를 의식한 행동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것을 하지 않아서 이득되는 게 없고 많이 불리하지만, 정치적으로 손해 봐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통령이 승승장구하도록 만드는 게 내 임무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해야 한다"며, 세종시 원안 수정이 정치적 계산이 아닌 순수한 충정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어떤 때는 내 임기동안 부처를 옮기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가자고 생각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이 바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패널로 나선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의제로 설정된 사업이고, 국회와 사법구가 오래 논의해서 결정한 사업"이라며 "국가 백년대계라는 차원에서 보면 원안+α가 맞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행정부처 아닌 기업 가야 일자리... 충청까지 정치에 분할"
이 대통령은 '자족기능 부족'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출퇴근하는 공직자들에 교통 수당 등 어떤 편의를 줄 것인지 논의했는데, (세종시로 소속부처가 이전되는) 1만4백명 공직자들이 이사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해서 "세종시가 자족시가 되려면 소득과 일자리, 고용이 있어야 한다"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되면) 공직자들 출퇴근하니까 점심식사 음식점은 될지 모르지만, 저녁에는 텅텅 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처가 아니라 기업이 가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또 "지금까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주일에 두세 번 경제장관 모여서 논의하고, 국무회의도 매주 정기회의, 임시회의 한 번씩 하는데 경제 부처 내려가 있으면 어떻게 일하느냐"며 "국회도 6개월 이상 열려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내 비주류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나라당에는 주류, 비주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생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그런 발언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또 "반대자들도 이전에는 찬성했지만,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겨냥하기도 했다. 결국 박 전 대표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어 "영호남이 갈라져서 정치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은 충청까지 정치에 분할돼 있다"고 말했다. 또 "독일이 통일되면서 그런 사례가 나타났을 뿐 수도를 분할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역차별'논란에 대해서는 "세종시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게 이곳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세종시는 세종시에 맞게 할 것인데, 금년내에 발표하게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세종시 수정 추진을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중계차로 연결된 유한식 충남연기군수는 "대통령님의 수정방침에 대해 연기 군민들은 분노하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대해 맹비판했다.
"이렇게 파기하면, 누가 정부와 대통령을 믿겠나"
군민들과 함께 방송을 보고 있던 유 군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여야합의로 법안을 만들고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아 5년 동안 추진해온 것이고, 대통령님도 10여 차례 원안 추진을 약속했던 사안"이라면서 "그런데 이렇게 하루 아침에 파기하면 어느 국민이 정부와 대통령을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법을 지키는 것 그리고 사회적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조상 때부터 살던 분들이 보상 받고 나왔을 텐데 얼마 안 받고 나온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면서 "이 분들이 삶에서 떠나와 생계가 어려울 것인데, 이 분들은 부처 9개가 옮겨가도 거의 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지 반대론자들을 '보상이 적어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로 국한시킨 것이다.
이어 "소득이 발생하고 생산이 있어야 장사할 것도 있고 돈벌이도 생긴다"면서 "기업이 들어가야, 소액 보상받은 분들의 자제분들과 젊은 분들 일자리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행정수도가 온다고 했다가 반을 쪼개서 온다고 하고, 다른 걸로 온다고 하고, 또 대안이 안 나왔으니까 도대체 이게 뭔지 감정적으로 화가 날 것 같고, 집어치우고 원안대로 하라고 할 것 같다"고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유한식 군수에게도 "군수는 주민들의 이해에 의해 뽑힌 것도 있지만 나라를 걱정할 공직자로서의 의무도 있다"면서 "정부를 믿어주시고 대안을 보고 원안이 낫겠다고 하면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2009.11.28 00:3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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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세종시 약속, 부끄럽고 후회 그렇게 안했어도 표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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