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그네에게도 반갑다고 꼬리 치는 순딩이처음 보는 외지인들에게 오랜동안 익숙하게 길들여진 탓일까. 반갑다고 꼬리는 치는 식당 앞의 개가 친근감을 더해 준다. 역시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라는 느낌이 든다.
윤승원
이곳 선유도는 알고보니, 내가 사는 대전에서도 가까운 관광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찾아가 본 적이 없는 '미지(未知)의 관광지'이다.
형제들이 각기 멀리 떨어져 바쁜 공직생활을 하다보니, 심지어 명절이나 부모님 제사날조차도 쉽게 만날 기회가 없었다. 더구나 형님의 직장은 고향인 충청도와는 거리가 먼 제주, 목포, 여수, 부산, 인천, 속초, 강릉 등 '바다'였던지라, 집안의 대소사에도 거의 참석치 못하고 살아왔다.
무려 40여 년 세월, 우리 형제들은 그렇게 오래 떨어져 살았다. 20대 초반에 이산가족처럼 각기 멀리 떨어져 살아온 형제가 이제 어느덧 머리에 허옇게 서리가 내린, 갑년(甲年)을 앞둔 시점에서야 얼굴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이 아니라 누구의 간섭이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한적한 섬에서…
그 동안 휴가의 개념이란 흔히 자식들과 또는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50대 후반의 두 형제가 풍광이 아름다운 섬에서 이제까지 살아온 날을 회상하고, 또 다른 미래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고 소중한 시간으로 여겨졌다.
신비로운 섬 '선유도' 섬이란 묘한 속성을 지녔다.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에겐 외롭고 힘들고 때로는 고달픈 생활터전이 섬이라지만 처음 찾아가는 사람에겐 그 어느 관광지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설렘과 신비로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경탄이다. 마음속으로 '오길 잘 했다'는 단순한 경탄만으로도 족하다.
선유도는 고군산군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섬 북단에 자리한 선유봉의 형태가 두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하여 선유도란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하는데, 일찍이 고려시대에는 여·송 무역로의 기항지로, 임진왜란 때에는 함선의 정박기지로 이용된 연안해로의 거점이자 요충지였다고 한다.
▲ 선유낙조(仙遊落照) ▲ 삼도귀범(三島歸帆) ▲ 월영단풍(月影丹楓) ▲ 평사낙안(平沙落雁) ▲ 명사십리(明沙十里) ▲ 망주폭포(望主瀑布) ▲ 장자어화(壯子漁火) ▲ 무산십이봉(舞山十二峯)
'선유 8경'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미 지어준 자연의 아름다움과 특정 명소의 화려한 수식어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좋다. 여행 정보를 사전에 많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일반적인 여행정보란 기실 실망을 하지 않기 위한 전제요, 예비지식에 불과하다.
'선유도'란 섬은 그냥 가면 된다. '仙遊'라는 한자 이름만으로도 더 이상 의미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어두워지면 자야 하니까 잠자리 정보, 배고프면 먹어야 하니까 먹을거리 정보 정도를 알고 가는 것으로 족하다.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충족시켜주는 '선유도 펜션'내가 찾은 '선유도 펜션'의 잠자리는 고급 관광호텔처럼 호화스럽지는 않아도 욕탕의 수질이 온천수 못지않게 좋고, 이부자리도 깨끗하고, 바다가 보이는 건물의 전망도 좋아 만족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