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에서 만난 닭토종닭 집 음식점 앞에서 만난 닭과 벤치
이성한
잠깐 동안의 얼굴 익히기와 따뜻한 악수로 인사를 대신하고서 지하철 원당역을 출발하여 원흥동, 원신동, 신원동으로 이어지는 걷기여행을 시작했다.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걸으며 더욱 깊숙한 인사를 나누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어떻게 알고 참여하게 되었는지,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원한 바람을 상쾌하게 가슴에 받아 안으며 들길, 오솔길을 걸어 나누는 이야기는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뻣뻣한 사내들 간의 서툰 만남을 부드럽고 친하게 만들어 주었다.
도토리나무 숲 낮은 언덕을 가르는 한적한 오솔길을 지났고, 왕릉의 숲에서 가늘게 발원한 효릉천이 제 갈 길을 찾아 졸졸 흐르는 지점을 스치듯 지났다. 다시 효릉천이 왕릉천과 만나 곡릉천으로 얽히고 섞여 합수되는 삼각수의 지점을 천천히 지나칠 수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몸 속의 가는 혈관과 같은 각각의 실개천이 차분하고 온유한 흐름을 보이며 좀 더 굵은 혈관으로 자연스럽게 모이며 합쳐지는 것 같은 광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