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왼쪽)과 경쟁 상품인 삼성전자 T옴니아2.
최경준
아이폰 열풍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그들의 성공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어떤 것일까요? 애플의 역사를 지켜본 엔지니어로서 해드릴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애플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들이 나와 있지만 그들의 성공기보다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원칙들을 알아보는 것이 더 가치가 있습니다. 매우 독특한 성공 모델로서 애플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살펴봅니다.
세상을 당신 뜻대로 움직여라
당신은 지금 막 생소한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 분야의 내부 사정은 잘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 생각이 있습니다. 의욕도 넘칩니다. 그러나 당신은 곧 저항에 부딪힙니다. 관계자들은 일단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실패하지 않는 법부터 조언합니다. 실무자들은 당신의 의견을 속 모르는 초보자의 생각이라고 비웃습니다. 밖에서는 한심하게 보일지 몰라도 시장이 이렇게 굴러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조금씩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다보면 처음 생각들은 다 잊어버립니다. 시장의 1, 2위 업체들이 위대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대부분의 신참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저 망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 갈 수 있기만 바라게 되지요. 애플은 어땠을까요? 애플은 달랐습니다.
애플이 뛰어든 이동 통신 시장은 통신 업체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시장이었습니다. 휴대폰 '스펙'도 그들이 결정하고 가격까지 원하는 대로 맞춰주어야 합니다. 그들은 전화망과 가입자를 무기로 휴대폰 생산 업체와 콘텐츠 업체를 종 부리듯 했습니다. 공짜폰을 뿌린 후에 약정 기간 동안 사용료를 뽑아내는 구조였기 때문에 통신 업체 처지에서 휴대폰은 초기 비용을 높이는 성가신 물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딱 원하는 기능만 있으면 됩니다. 고급 기능도 필요 없고 디자인에 따로 돈을 지불할 마음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제품이라도 통신사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도입합니다. 한 업체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 인기 휴대폰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포화된 시장에서 차별화라고 해봐야 제 살 깎아먹기밖에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콘텐츠 제작자들도 다른 곳에는 팔 수도 없기 때문에 통신사들에게는 노예에 불과했습니다.
오랜 기간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이런 시장에 애플은 아이폰을 갖고 뛰어들었습니다. 통신 업체와 타협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만든 것은 이동형 인터넷 단말기였습니다. 통신 업체 손에 맡기면 어떤 꼴이 되는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들의 간섭을 완전히 차단하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만든 휴대폰을 들고 사용 환경을 자신들의 생각대로 구축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처음이 어렵습니다. 여태까지 없던 방식을 받아들일 업체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굴복하면 결국 아무런 특징 없는 또 하나의 휴대폰이 될 뿐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애플은 모든 휴대폰 업체가 갈망했으나 아무도 감히 시도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습니다. 아이폰이 성공하자, 권력을 휘두르던 전 세계 이동 통신 업체들이 기존의 관행을 포기하게 된 것입니다. 이젠 서로 먼저 도입하려고 경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 대의 휴대폰이 시장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애플을 이동 통신 시장의 반항아이며 휴대폰 업체들의 구세주라고 불러줄 만합니다.
모든 분야에는 분명한 허점이 있습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 해보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업계의 현실에 매몰된 사람들은 이런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될 일을 주저하며 포기한 채 삽니다. 초보자들은 상상력을 제한하는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기발한 문제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초보자 시절 업계를 처음 바라봤을 때 떠오른 창의적인 생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본 것이 모든 것이며 첫 번째 생각이 가장 위대하고 맨 먼저 떠오른 해결책이 결정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적 어려움에 걸려 넘어지면 이런 직관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애플이 창업한 후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업체로 남아 있는 것은 기존의 관행에 매몰되지 않았고 독특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적응을 걱정하고 실패하지 않는 법부터 배우면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처음 품었던 생각을 굽히지 말고 당신을 길들이려는 현실에 맞서 오히려 세상을 당신 뜻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