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마음먹기가 힘든 이유는 그를 뒷받침해주는 사회여건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낮은표현
그런데 퇴원하고 나서도 아이는 젖 빠는 횟수만큼 많이 먹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계속 배고파하는 걸 그냥 둘 것인가 그냥 분유를 먹일 것인가 초보엄마는 괴롭게 갈등했지요. 다른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을 검색하다가 모유수유클리닉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마침 집 근처 병원에 모유수유클리닉이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아이가 젖 빨기 힘들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모유수유전문가선생님은 수유자세를 바로 잡기 위해 아이 입안을 보자마자 "설소대가 짧네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혀와 구강 바닥의 연결부위가 짧다는 거였지요.
그래서 아이가 혀를 내밀고 싶어도 내밀 수 없었던 건데 그것도 모르고 초보엄마는 아이가 젖을 힘 있게 빨지 못한다고만 하고 있었던 거죠. 초보엄마도 초보엄마지만 아이를 낳았던 산부인과나 아이가 입원했던 대학병원에서 많은 의사, 간호사들이 아이를 봤는데 왜 그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요.
설소대를 자르는 간단한 수술을 하고 수유자세를 달리하니 아이가 젖을 한결 편하게 먹더군요. 물론 밤을 비롯해 때맞춰 젖을 먹이는 엄마의 수고로움은 여전히 계속됐지요. 이렇게 젖먹이기와 씨름하다보니 출산휴가 3달이 언제 끝났나싶게 금방 지나가더군요.
직장맘 유축할 곳 찾기 하늘에서 별따기직장에 복귀해 모유수유 도전을 계속하기 위해선 또 다른 장애물들을 넘어야 했습니다. 직장에 모유수유실이 따로 없어서 회의실 앞에 '유축중'이라는 종이를 붙이고선 하루 두 번씩 유축을 해야 했지요. 회의실을 쓸 땐 사무실 한 쪽에 가름막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유축하는 건 그래도 나은 편이었지요. 인터뷰하러 갈 때면 유축할 곳을 찾지 못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1박2일 출장을 갔습니다. 인터뷰한 곳 사무실 구석방을 빌려 모유를 짜기도 하고 건너건너 소개받은 숙소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KTX안에서 유축할 곳을 찾으니 승무원이 모유수유실을 안내해 주더군요.
KTX는 좀 낫나 했는데, 모유수유실이란 곳엔 전기콘센트가 없었습니다. 혹시 아이와 함께라면 가능할까, 주위를 둘러보니 너무 좁아서 아이를 제대로 안고 앉아서 모유를 먹일 수 없겠더군요. 초보엄마가 딱 봐도 생색내기용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유축한 모유를 갖고 다니는 것도 일이었지요. 식당을 가든 사무실을 가든 냉장고부터 찾았습니다. 직장맘으로 모유수유를 고집하는 동안 참 많이 뻔뻔해졌습니다. 아니 당당해졌지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불편한 일이긴 하더군요. 정부는 저출산대책으로 아이들 학교 가는 나이를 낮춘다고 합니다.
그 뉴스를 보고선 초보엄마는 생각합니다. 엄마젖도 이렇게 아등바등해야 겨우 먹일 수 있는 정도의 사회여건인데 별 대책없이 무작정 초등학교 입학 나이만 줄인다고 아이를 많이 낳을까. 정책자들은 애를 어떻게 키웠나 궁금하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얼마 전에 아이는 첫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사실 현재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앞이야기가 길어져 뒤편으로 넘깁니다. 대신 아이의 육아일기 중 하나를 덧붙입니다. 위에 계신 정책자님들께도 엄마의 마음을 들려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