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경의 상형한글전 현장.
김상기
서예가 의사전달의 기능을 담당하던 시절, 서예는 삶과 밀접한 관계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예는 소수 사람들만의 전용물이 되고, 일반으로부터 멀어졌다. 현 시대에서 서예는 소통의 도구라기보다는 예술의 한 장르로써의 역할이 더 중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문이 아닌 한글 서예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국인들은 딱딱하고 비슷비슷하게 기계로 찍은 듯한 한글 서예를 예술로써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예는, 그 중에서도 특히 한글 서예는 대중과는 더 멀어졌다. 향유 층의 감소는 서예가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외종조부인 고 강암 송성용 선생 밑에게 먹을 갈며 서예를 배웠던 김두경(50)씨 역시 처음에는 여느 서예가처럼 한자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한글 서예의 대중성, 그리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1997년부터 한글 서예를 디자인 콘텐츠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러기를 10여년. 그는 한글과 서예, 그리고 디자인이 만나면 또 다른 예술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재 스스로가 개발하고 이름 붙인 '상형한글'의 국내 1인자다. "획 하나를 그대로 긋지 않고, 그 안에 표정을 입히는 데 10년 세월이 걸렸다"는 고백은 그저 나오는 말이 아니다. 쉬운 일이라면 누구라도 했을 테니 말이다.
서예가 김두경씨가 그간의 작업성과물을 보여주는 자신의 네 번째 개인전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에서 10년 침묵을 깨고 자신의 상형한글을 일반에 선보인 지 근 2년만이다. 이번 전주 전시 역시 주제는 상형한글(상징+조형)이지만, 서울에서는 전시할 수 없었던 대형작품과 새롭게 시도한 실험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