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서울지역 한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외래진료실
성하훈
이에 대한 문제인식이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 2월 흉부외과 및 외과계열 의료수가인상을 결정했다. 외과계열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총 91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 외과는 30%, 흉부외과는 100%인상됐다.
예컨대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수술이 이뤄질 경우 외과계 의사가 집도를 하면 의료수가가 130만원이 적용되고, 흉부외과 의사가 집도하면 200만원이 적용된다. 같은 수술이더라도 어느 과 의사가 집도하느냐에 따라 차등이 생기는 것이다.
업무가 힘든 만큼 수당이라도 올려줘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흉부외과계의 지속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수가가 인상되면서 서울 대형병원들의 경우 흉부외과 전공의의 급여가 200만~300만 원 정도 높아졌다.
수가 인상이 이뤄진 지 몇 달 안 돼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흉부외과 의사들은 그나마 조금의 효과는 있었다고 보는 분위기다.
대한흉부외과학회의 관계자는 "이번 전공의 지원자 수를 볼 때 의료수가 인상 조치가 미미하지만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20명에 불과했던 지원자 수가 30명으로 늘어난 것은 미약하지만 수가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늘어난 수익을 다른 용도로 전용에 불만 커지는 의사들그렇지만, 병원들의 궁극적인 개선 노력이 부족한 데다 인상된 수가를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흉부외과 의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병원 수익이 늘었음에도 아주 적은 액수만 사용되거나 흉부외과를 위해 쓰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흉부외과 의사들의 지적이다.
해당 의사들은 "수가 인상으로 인해 병원들이 추가로 얻는 수익이 상당한데도 이 돈이 흉부외과 장비 확충이나 인력 증원 보다는 병원 운영비 등으로 전용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기는 듯, 고생은 흉부외과가 하는데 잇속은 병원들이 다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 병원의 ㄴ교수는 "수가가 인상되면서 흉부외과로 인해 병원이 매월 1억 이상이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흉부외과로 사용되는 비용은 전공의 3명의 월급 인상분 300만원에 불과하다"며 "그래 봤자 전체적으로 900만 원 정도여서 나머지 돈은 목적과 다르게 쓰여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학병원의 한 교수도 "서울 대형병원들의 경우 흉부외과로 인한 추가 수익이 연 60억~70억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를 병원 운영에 전용하고 있는 일부 부도덕한 병원들이 있다"면서 "병원이 예뻐서 올려준 돈이 아닌데 그런 식으로 전용된다면 흉부외과 여건 개선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수가를 올려준 것은 흉부외과 지원을 확충해 의사수를 늘리고 의료여건을 개선하라는 것이지, 병원들 예쁘니까 이익 더 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레지던트를 끝내도 자리가 없어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방병원은 자리가 더 늘어야 합니다. 작은 병원들에도 흉부외과가 있어야 응급환자가 살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투자하라고 흉부외과 의사들이 어렵게 요구해 얻어낸 것인데, 이것을 병원 적자 보전이나 운영비로 전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볼 수밖에 없지요. 우리가 돈을 직접 달라는 것도 아니고 증액된 비용은 병원들이 흉부외과를 위해 써야 마땅한 것입니다." 이 교수는 "수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병원에 대해서는 윤리적 경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와 국민이 흉부외과 현실에 대해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가 인상으로 보전된 수입 어디에 쓰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