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굴삭기 통계 조작 의혹' 뭉갰나

감사원 지시에 따라 '건기연' 감사..."문제 없다" 결론

등록 2009.12.11 09:56수정 2009.12.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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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삭기 등록대수 통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보고서

굴삭기 등록대수 통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보고서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굴삭기 등록대수 통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보고서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식경제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의 '굴삭기 등록대수 통계 조작 의혹'을 제대로 감사하지 않은 채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0월 감사원 지시에 따라 건기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감사했지만 굴삭기 등록대수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고 굴삭기 수출 통계를 관리하는 관세청 자료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위법이나 부당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지식경제부의 한 간부는 지난 6월 열린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에 참석해 건기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굴삭기를 수급조절 품목 지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근 김성순(서울 송파병, 민주당) 의원은 "부처-국책연구기관-건기산협 유착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8일 김황식 감사원장은 감사를 위한 사실관계 확인을 지시했다.  

 

감사원 지시에 따라 건기연 연구용역 감사... "위법, 부당함 없었다" 결론

 

굴삭기 등 건설기계장비 사용자 단체인 대한건설기계협회(건기협)는 지난 9월 11일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건기산협)와 건기연이 공모해 '수급조절'이라는 정부 공공정책 결정을 방해했다는 것. 

 

건기협이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앞서 지난 6월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가 열렸지만 건기산협과 지식경제부에서 건기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굴삭기 등의 수급조절 품목 지정을 좌절시켰기 때문이다. 건기협은 굴삭기가 과잉공급돼 있기 때문에 수급조절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건기협은 '민원신고서'(17쪽)와 함께 58쪽에 걸친 '건기연의 굴삭기 등록실태 조사연구 허위검증 검토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건기연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지식경제부에 내부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 감사담당관실은 2주 동안 건기연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 10월 29일 그 결과를 건기협에 통보했다.

 

"검토 결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용역 수행과정에서 관련 법령상 위법이나 부당함을 발견하지 못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지식경제부가 통보한 내용은 제기한 민원에 비해 아주 간단했다. 특히 결론만 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최초 민원을 제기했던 건기협쪽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건기협쪽은 "위법이나 부당함이 없다는 판단의 객관적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이의를 제기했고, 지식경제부 감사담당관실은 지난 11월 9일 건기협쪽에 이렇게 설명했다.

 

"중간보고서 또는 최종보고서 여부, 관세청의 실제 중고수출 통관대수와 연구자의 추정 중고 수출대수 중 어느 것이 정확한지, 2개 추가 코드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없었다."

 

관세청 자료 불신하고, '2개 추가 코드 적합성'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 감사'

 

'위법이나 부당함이 없었다'는 결론은 애초부터 굴삭기 등이 수급조절 품목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에 반대했던 지식경제부로서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의 감사는 의혹투성이었다.

 

일단 중간보고서인지 최종보고서인지 여부. 건기연은 '중간보고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건기연 2009-011'이라는 서지번호까지 찍혀 인쇄된 '최종보고서'였다.

 

또한 정확한 중고 굴삭기 수출대수도 이를 통계관리하고 있는 관세청에 확인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의 실제 중고수출 통관대수와 연구자의 추정 중고 수출대수 중 어느 것이 정확한지 판단할 수 없다"고 지식경제부는 결론냈다.

 

'2개 추가 코드의 적합성' 여부도 마찬가지다. 건기연 연구용역 보고서는 '기타 360도 선회기계'(842952-9000)와 '기타 굴삭기'(842952-1090)를 등록굴삭기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 두 개의 코드는 등록굴삭기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휠식(wheel type)과 무한궤도식(track type)만 등록굴삭기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 

 

결국 건기연은 '신품+중고 대수'를 부풀리기 위해 등록굴삭기에 포함되지 않는 두 개의 코드를 추가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는 관세청을 통한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연구용역의 진실 여부는 우리가 판단할 게 아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감사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감사하는 동안 관세청으로부터 중고 굴삭기 수출 통관대수 자료가 정확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어느 것이 정확한지 판단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건기연이 추가한) 두 개 코드가 등록굴삭기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관세청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건기연측은 굴삭기 등록대수가 잘못됐다고 밝혀지면 언제든지 수정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굴삭기 등록대수는 실사를 벌여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감사담당관실에서는 절차가 잘못됐느냐만 판단하지 연구용역의 진실 여부는 판단의 범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굴삭기 등록대수 통계 조작 의혹 #지식경제부 #대한건설기계협회 #감사원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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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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