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홈즈. 미국 버지니아 주 소재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풋볼선수. 키 182센티, 몸무게 88킬로. 러닝백. 지난 10월, 리(R. E. Lee) 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8번의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1972년에 세워진 버지니아 주 기록과 타이를 이룸. 현재 각 대학 스카우터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풋볼이다. 주말이면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뿐 아니라 ABC, CBS, NBC, FOX 등 주요 TV 채널도 풋볼 중계에 열을 올린다.
풋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프로 경기인 NFL. 오는 2월 7일, 슈퍼 선데이에는 프로팀의 왕중왕을 가리는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면 또 다시 미국은 거대한 풋볼 열풍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풋볼을 좋아하는 진성 팬들은 프로 경기 말고도 대학과 고교 경기에도 흥미를 보인다. 이들이 대학이나 고등학교 경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들 학생 선수들이 기량은 비록 프로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마추어로서 순수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고 모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미국에 와서 새롭게 흥미를 붙인 스포츠가 풋볼이다. 구기 종목이라면 그저 야구나 축구, 농구 정도만 좋아했는데 경기장을 자주 찾다보니 (스네어 드럼을 연주하는 딸이 마칭밴드의 드럼라인에 있어서) 풋볼의 매력에 빠졌고 그만 팬이 되고 말았다.
스타 플레이어 마이클 홈즈를 취재해 볼까
고등학교 경기가 열리는 풋볼 경기장에는 목소리 좋은 장내 아나운서가 공의 흐름을 중계한다. 공을 갖고 뛰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어떤 선수에게 공을 패스했는지, 또 누구에게 공을 던지려고 했는데 실패했는지 등이 장내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그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처음 소개한 마이클 홈즈다. 그는 공을 들고 달리는 러닝백으로 그가 맡은 역할은 쿼터백으로부터 공을 받아 터치다운 라인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유난히 그의 이름이 많이 들리는 것은 그가 상대 수비를 쉽게 젖히고 빠른 발로 수십 야드를 달려 터치다운을 성공 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탁월한 선수인 마이클은 벌써 각 대학 스카우터들이 주목하는 스타 플레이어다. 아직 11학년이어서 대학에 가려면 1년 반도 더 남았는데 말이다.
고교 경기가 벌어지는 금요일 밤이면 그날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TV에 그의 얼굴과 인터뷰가 자주 나온다. 신문 스포츠면에도 그의 사진과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바로 이 슈퍼스타를 취재해보려고 했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것은 마이클이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잘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전에 내 기사(공부 못하는 스타 선수? 우린 안 받아!)로 나간 적이 있던 이 학교 수퍼 스타 알렉스 오와와도 대비가 되고, 공부와 담을 쌓고 있는 일부 우리나라 운동선수와도 비교가 될 것이기에 취재를 결심했던 것이다.
인터뷰 기회는 곧 바로 찾아왔다. 지난 11월 20일, 해리슨버그 고교에서는 라이벌인 터너 애쉬비(TA) 고교와의 플레이오프전이 열렸다. 정규 시즌에서 양 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시즌후 경기인 플레이오프 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 날은 특히 라이벌 간의 경기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나 역시 조금 일찍 나와 스탠드에 앉았는데 그 때 유난히 눈에 띄는 가족이 있었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패밀리 군단! 이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는 나팔과 온갖 응원도구를 지참하고 추운 날씨에 대비해 두툼한 이불까지 준비해 온 열성 가족이었다.
"선수 가족인가 봐요."
"네."
"어느 선수예요? 등 번호는?"
"20번, 마이클 홈즈예요."
"뭐, 뭐라고요? 스타 플레이어, 마이클 홈즈?"
나와 얘기를 나눈 사람은 마이클의 사촌이었다. 나는 그에게 마이클을 취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거기 모인 마이클의 패밀리 군단을 내게 소개했다.
"이 분은 마이클 엄마. 저 분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이모, 사촌, 조카들."
나이 든 어른들부터 아직 네댓 살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어린 조카들에 이르기까지 족히 스무 명은 될 만한 가족들이 스탠드 여기저기에 포진해 있었다. 나는 마이클 엄마인 타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여 스타 플레이어인 마이클의 운동과 진로, 학업에 관한 취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타냐는 아들 경기를 지켜봐야 하니까 나중에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라고 했다.
"이메일로 질문 보내면 곧장 답해줄 거죠?"
"그럼요. 약속해요."
약속 믿고 질문지 작성하고 이메일을 보냈건만
그녀의 약속을 철석 같이 믿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기사를 쓰겠다고 결심했지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취재원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하는 수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마이클을 찾았다.
그리고 그에게 그 때 찍은 가족사진을 보내면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쪽지를 날렸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취재원의 전화번호를 알아뒀어야 했는데 타냐가 이메일 답장을 즉각 보낸다고 장담을 했던 터라 그만 그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게 화근이었다.
결국 어떻게 되었나? 한참이 지난 뒤에야 마이클로부터 타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를 해보니 이번에는 타냐가 아프다고 했다. 다시 날짜를 연기했다.
그 뒤로도 타냐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인지 귀찮은 것인지 내 전화도 안 받고 이메일도 답장을 안 했다. 마이클 본인도 마찬가지고.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했는데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만 나도 김이 빠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사용하고 있던 데스크톱, 랩톱 컴퓨터도 모두 바이러스에 점령당해 한동안 컴퓨터를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의욕도 완전히 상실하고.
결국 인터뷰는 포기하기로 했다. 핑계가 되겠지만 내 취재원은 경기장에서 나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명색이 기자라면 어떻게든 취재를 성공시켰어야 했는데 좀 아쉽다. 그나저나 타냐와 마이클은 왜 내 취재 요청을 거부하는 것일까?
"엄마, 사람들은 원래 기자 싫어해. 자꾸 귀찮게 하잖아."
작은딸의 뼈 있는 농담인데 과연 그럴까?
* 해리슨버그 고교가 라이벌 TA를 31:28로 이겼던 그 날의 마지막 장면을 짧은 동영상에 담았다. 승리를 기뻐하는 사람들, 타냐의 열정적인 응원이 볼 만하다.
젊은(35살) 나이에 이미 16, 15, 13살 자녀를 둔 타냐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운동장에 나와 아들을 응원한다. 경기장에서 '풋볼맘' 타냐를 모르면 간첩! 왜냐하면 운동장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춤도 추고 때로 거침없이 심판 욕도 하기 때문이다. 타냐는 또 다른 취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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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적으로 아들을 응원하는 타냐와 홈팀인 해리슨버그 고교를 응원하는 사람들. ⓒ 한나영
▲ 열정적으로 아들을 응원하는 타냐와 홈팀인 해리슨버그 고교를 응원하는 사람들.
ⓒ 한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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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6 15:0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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