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15부)에서 여주인공인 최승희(김태희)가 터치스크린을 이용, 핵폭탄 설치 예상 지역을 탐색하고 있다. 터치스크린에 보이는 사진은 박중하(47, 사진작가)씨가 지난 여름에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서울역 사진으로, 박씨는 <아이리스> 제작진이 자신의 사진을 무단도용했다며 사과방송 등을 요구했다.
KBS 화면 갈무리
지난 2일 밤,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15부)를 시청하고 있던 박중하(47·사진작가)씨는 깜짝 놀랐다. 화면 속에서 여주인공인 최승희(김태희)가 보고 있던 사진이 낯익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여름 서울역 복원 공사를 하기 직전에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던 자신의 사진이었다.
드라마의 상황은 이랬다. 최승희는 진사우(정준호)에게 잡혀 호송되는 과정에서 탈출한다. 혼자서 핵폭탄의 행방을 찾기 위해 NSS 본부로 간 최승희는 터치스크린을 이용, 핵폭탄 설치 예상 지역을 탐색한다. 박중하씨의 서울역 사진은 바로 최승희가 탐색을 한 10여 장의 스크린 사진 중 하나였다.
"내 사진 무단도용 해놓고 '사진 제공'으로 처리하자고?"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자신은 분명 <아이리스> 제작사 측에 사진을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곧바로 <아이리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제작사 측도 박씨의 사진을 무단 도용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박씨의 블로그에서 사진을 가져다 쓴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박씨에게 "'사진 제공'으로 해서 (드라마가 끝날 때)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넣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씨는 제작사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박씨는 "제작사에 사진을 제공한 적도 없는데, '사진 제공'으로 처리해서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행태를 보고 정말 황당했다"며 "방송이 나오기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이미 방송이 나간 뒤에 알았기 때문에, 내 사진을 도둑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박씨는 저작권료 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감안한 거액의 피해보상금, 또는 드라마 시작 직전 15초간 사과방송 등을 제작사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제작사 측에서 난색을 표하자, 박씨는 현재 사진 사용료인 200만 원만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작사 측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박씨는 "아무리 급해서 그냥 썼다지만, 나중에 알게 됐으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과방송은커녕, 지금까지 제작사에서는 내게 사과 한마디 없다. 매우 몰염치한 사람들"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또 "나는 프로 사진작가여서 내 사진을 한눈에 알아봤지만, 다른 사진의 주인들은 자신이 알지 못한 상황에서 무단으로 도용을 당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제작사는 드라마로 몇 십억, 몇 백억씩 돈을 벌었겠지만 나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작권 문제만 나오면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정작 일반인들 저작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마음대로 도용하고 있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우리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이 정면 화면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내용도 너무나 일반적인 것"이라며 "(피해보상금이나 사과방송 등) 박씨의 요구가 너무 커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답했다. 김솔매 담당PD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해도 드라마 시작 전에 15초간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은 너무 큰 요구 아니냐"며 난색을 표했다.
김솔매 PD는 또 박씨가 요구한 사진사용료 200만 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금액을 지불할 의향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종방을 앞두고 촬영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박씨에게 연락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멀쩡하던 김현준이 왜 쓰러지나?... 내 소설과 162곳이나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