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민병렬(민주노동당)·김석준(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통합에 대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민 위원장이 '진보정당 대통합'을 제안하자 김 위원장은 '진보대연합'을 강조했다.

민 위원장은 1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보정당 대통합'을 제안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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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은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 오른쪽은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

진보신당 "덮어놓고 통합하는 건 답이 아니다"

김석준 위원장은 "민 위원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부산을 망쳐온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진보-개혁 세력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와 단결을 위한 연석회의'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내년 선거 연대를 이루어내기 위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통합'이라는 문제는 선거연대와 달리 난제다. 특히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분당한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인데 분당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조건에서 덮어놓고 통합하자는 것은 분당을 명분 없는 분열로 치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식적으로 볼 때도 정당 간의 통합은 각 당 내부의 공감대가 충분히 전제되어야 하는데, 상황논리를 들어 일방적인 통합 제의를 한다고 해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는 통합은 '도로 민노당'을 넘어서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석준 위원장은 "현재 진보정당의 낮은 지지율이 단지 두 개의 진보정당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매우 안이한 것"이라며 "국민들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요구하는 것이지 '도로 민노당'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진보신당은 양당의 통합이 답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잘라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민주노동당이 진정 진보진영의 대통합을 바란다면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와 단결을 위한 연석회의'를 발전시켜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의 공동대응을 강화하는 진보대연합에 더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연대를 촉구하는 이른바 '반MB연대'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마당에 '통합을 전제로 하지 않는 후보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진보진영 선거연대에 대한 부정적 담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병렬 위원장은 전날 "지방선거 전에 완벽한 통합이 어렵다면 최소한 '통합을 위한 정치적 합의'를 반드시 이뤄내자, 그리고 '통합후보'로 이번 지방선거로 승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반박 "국민 요구 외면하면 미래 없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이날 오후 "국민들과 현장의 요구를 외면하면 진보진영의 미래는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왜 통합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태도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진보진영의 대통합은 특정 정당의 이해득실에서 출발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선거연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도 더욱 아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국민들과 현장의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서민들을 내팽개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힘을 합치라'는 바람은 요구를 넘어 '절규'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맞서면서도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국민들의 지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통합'으로 그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통합합의 없는 일시적인 선거연대는 국민들의 외면으로 이어져 진보진영 분열을 고착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이 '도로 민노당'을 언급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또다시 분열 당시의 프레임을 반복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지도부의 의지다. 공감대가 충분히 전제되지 않은 것은 이제부터 토론을 해 나갈 문제지, 통합논의를 막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한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서로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오도 동반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진보진영 통합의 의지를 모아나가는 토론과 행보를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